아소 외상등 정부 곳곳 포진
일본 정부·여당의 핵심 인사들이 잇따라 핵 보유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에 대한 미국·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의구심도 한층 커지고 있다. 특히 18일에 나온 아소 다로 외상의 발언은 그가 외교 수장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또 아베 신조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부가 최근 핵무장론 발언 진화에 부심하는 가운데 이런 발언이 나왔다는 것은 일본 강경 우파의 핵무장 욕구가 얼마나 뿌리깊은지를 잘 보여준다.
나카가와 쇼이치 집권 자민당 정조회장과 아소 외상은 아베 총리에 버금가는 극우 성향의 인사들이다. 이들이 “핵무장 반대론자”라거나 “비핵이 정부 방침”이라는 등의 ‘방어막’을 치면서 꺼낸 핵 보유 논의 발언은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나 다름없다. 유일한 피폭국인 일본에선 핵무기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워낙 심해 핵무장론이 사실상 금기시돼 왔다. 이 때문에 이들 강경 우파의 잇따른 핵무장론 발언은 북한의 핵실험이 안겨준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핵무장 공론화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야당이나 자민당 온건파는 물론 우파들 사이에서도 이들의 발언에 대한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우파들의 비판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안의 통과로 관련국들이 보조를 맞춰 대북 압박의 강도를 높이려는 상황에서 일본 쪽에 비난의 화살이 돌아오도록 만든 것은 판단 실수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나카가와 등은 그런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핵무장 공론화가 유리하다고 판단한 게 아닌가 하는 관측을 낳고 있다. 미국의 강력한 견제를 받을 게 분명하지만, 핵무장도 더는 금기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일본 사회에 각인시키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실제 이들의 발언 자체가 새로운 것은 전혀 아니다. 지난달에는 강경 우파의 ‘대부’인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가 핵무장 검토의 공론화를 시도한 바 있다. 나카소네 전 총리가 회장으로 있는 세계평화연구소는 지난달 5일 앞으로 국제사회의 큰 변동에 대비해 일본의 핵무장화를 연구해야 한다는 제안을 발표했다. 나카소네 전 총리는 이어 기자회견에서 “(핵우산을 일본에 제공하는) 미국의 태도가 반드시 지금처럼 계속될 것인지 예단할 수 없다”며 “핵무기 문제도 연구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를 비롯한 강경 우파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가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돼 온 시점에서 이런 주장을 공개적으로 편 게 결코 우연한 일은 아니라는 관측이다. 그에 앞서 대표적 극우 인사인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 지사가 북한과 중국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글을 <산케이신문>에 실었다.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강경 우파의 핵무장 주장은 눈에 띄게 늘었다.
아베 총리 또한 2002년 와세다대 강연에서 “소형 핵무기는 보유해도 위헌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편 바 있다. 하지만 취임한 지 불과 3주 남짓한 그는 정권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안전운행’에 전념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핵 보유 주장의 파장이 확산되지 않도록 진화하는 데 땀을 흘리고 있다. 그렇지만 그의 이념적 배경과 전력이 일종의 ‘짜고 치기’라는 의심을 낳고 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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