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년 남성들 ‘만비키’ 망신…고위층도 끼여
볼펜, 면도기, 염색약….
지난 5월 일본 도야마 시내의 한 대형할인점에서 ‘만비키’(물건을 슬쩍하는 행위)를 하다 붙잡힌 〈엔에이치케이〉 도야마방송 국장(54)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들이다. 몇천원 정도밖에 하지 않는 물건들이다. 비슷한 시기에 도쿄 경시청 공안2과장(55)이 역시 물건을 슬쩍했다가 주차장에서 경비원에게 적발됐다. 그가 훔친 것은 페인트 2병(약 5천원)이었다. 이들은 징계처분을 받은 뒤, 주위의 눈길이 부담스러워 사표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 연봉이 1억원이 넘는 이들이 값싼 생필품에 손을 대 인생을 망가뜨린 이유에 대해, 본인들도 “마가 끼어서” “나도 모르게 그만”이라고 말할 뿐이다.
철없는 10대들이 호기심에서 해보는 만비키가 중년층에서 급속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50대와 60대에서 만비키를 하다 적발된 사례는 지난해 1만4천여건과 1만5천여건으로, 1996년의 2배를 넘어섰다. 10대에선 3만6천건으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특히 중년층에선 물건값을 아끼려는 마음에 슬쩍하려는 충동을 느끼게 되는 주부들보다 남성의 만비키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산케이신문〉이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따 23일 보도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정의 스트레스 때문”이라거나 “지금까지 억눌려온 욕구를 발산하는 일종의 퇴행현상”이라는 등의 분석을 내놓고 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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