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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 방송사, 다이어트음식 ‘낫토’ 실험조작 파문

등록 2007-01-21 19:47수정 2007-01-21 23:41

청국장 유사 발효음식 ‘낫토’ 효능 6군데 날조
일본 <후지텔레비전> 계열 방송사인 <간사이 텔레비전>(오사카 소재)의 인기 생활정보프로그램 ‘발굴! 어느어느 대사전Ⅱ’는 지난 7일 실험 결과 한국의 청국장과 비슷한 발효음식인 낫토를 먹으면 저절로 다이어트가 된다는 내용을 방송했다.

이날 방송 내용은 일본 편의점과 슈퍼마킷 등에서는 낫토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14.7%의 높은 시청률(간토우 지방기준)을 기록하는 등 큰 반향이 일으켰다.

그러나 지난 20일 이 프로그램은 더 큰 사회적 파장을 낳았다. 프로그램에서 낫토의 체중감량 효과의 근거로 인용한 자체 실험과 외국의 데이터 등 무려 6군데가 날조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사실상 취재내용과 방송내용 대부분이 허위사실에 근거했다고 <요미우리> 등 일본 언론들은 보도했다. 방송사 사장은 이날 “방송사로서 신뢰를 크게 훼손하고 시청자의 신뢰를 배신하게 돼 정말로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방송사쪽은 프로그램 중단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먹으며 뺀다!!!식재료X’라는 제목이 붙은 이날 프로그램은 미국의 다이어트 정보를 기초로 20~50대 남녀 8명을 하루 2팩의 낫토를 아침저녁으로 나눠서 2주간 계속해서 먹게 했더니 최고 3.4㎏ 등 전원이 체중이 감량했다고 방송했다.

프로그램에서는 DHEA라는 ‘회춘 호르몬’이 늘어나면 살빠지기 쉬운 체질이 된다고 설명하면서 DHEA를 만드는 물질을 섭취하기 쉬운 식품으로 낫토를 들었다.


그러나 △미국의 다이어트 연구결과로 살을 뺐다는 3명은 실제 실험에 참가한 사람과 무관하고 △미국의 연구자가 다이어트 효과를 얘기했다는 발언도 다른 대학교수 연구결과이고 △실험에 참가한 사람에 대해 채혈만 했을 뿐 실험결과는 애당초 없었다고 방송사쪽은 밝혔다.

방송사쪽은 프로그램 날조 원인에 대해 “취재에 응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미국의 교수에게 얘기를 듣지 못하는 등 미국에서의 취재가 난항을 겪게 되자 제작진이 시간에 쫓겼던 것이 한가지 요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방송 직후 인터넷 등에서는 낫토 다이어트 효과를 의문시하는 글이 많이 올라왔으나 방송사쪽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다가 주간지 <주간 아사히>가 최근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를 내보내고 다시 방송사쪽에 질문지를 보내 해명을 요구하자 그때서야 부랴부랴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사죄 기자회견을 갖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사쪽은 또 기자회견에서 방송내용을 전부 취소해야 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부분적으로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방송하고 말았지만, 방송 전체에 대해서는 학설에 근거해 제작했다”라며 반박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문제의 프로그램 제작은 방송을 내보낸 <간사이 텔레비전>이 아니라, 외주 제작사 ‘일본 텔레워크’가 맡았으나, 이번 방송분은 다시 도쿄에 있는 외주 제작사 ‘아지트’에 재하청된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 텔레워크의 간부는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프로그램에 대해 갖가지 업체로부터 제안도 많아 테마 선정이나 취재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우리 회사에 관리책임이 있기 때문에 간사이텔레비전쪽과 함께 제작업체를 상대로 원인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텔레워크는 2년 전에도 다른 다른 방송사로부터 외주를 받은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실험결과를 날조해 방송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1월 <텔레비전 도쿄>쪽으로부터 외주제작을 의뢰받은 일본 텔레워크는 한 정보프로그램에서 꽃가루알레르기 대처방법을 다루면서 새 치료법을 2주간 실험한 결과 증상이 약화된 것처럼 전했으나 실제로는 실험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외주제작업체 프로듀서 말을 빌려 정보프로그램의 경우 소재거리가 궁해질 때는 먹거리나 건강을 꺼리로 삼는 게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다 써먹은 소재라는 점 때문에 낫토라는 식자재와의 조합의 의외성에 (제작진의) 눈길이 쏠렸을 것이다. 그 순간 정해진 결론을 향해 프로그램 제작이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재하청의 회사에 ‘효과는 없습니다’는 허용되지 않는다”

한편 낫토는 양질의 단백질을 포함하고 있어 영양적으로는 좋은 식품이지만 방송에서 강조된 것처럼 다이어트 효과가 있는 것으로는 생각할 수 없다는 게 일본 식품학자들 얘기이다. 일본 국립 건강 영양연구소의 데이터에 따르면 DHEA에 대해 면역질환 등으로 유효성을 나타냈다는 보고는 있어도 비만에 효과를 나타냈다는 논문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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