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TV는 ‘거짓말 상자’

NHK 편집조작 거액배상
후지TV 음식효능 꾸며내

일본 텔레비전 방송사들의 프로그램 내용을 둘러싸고 신뢰성 문제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일본의 공영방송인 <엔에이치케이>(NHK)가 프로그램 내용과 관련해 법원으로부터 거액의 배상판결을 선고받는가 하면, ‘낫토의 다이어트 효과’ 날조 사실이 밝혀진 <간사이텔레비전>은 이전에도 같은 프로그램에서 여러 건의 허위방송을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도쿄고등지방재판소는 29일 <엔에이치케이> 교육채널에서 다룬 ‘단죄되는 전시 성폭력’ 프로그램 내용 변경과 관련해 <엔에이치케이> 등 3사에 2천만엔의 배상판결을 내렸다.

2001년 1월 제작진은 ‘전쟁과 여성폭력 일본네트워크’라는 민간단체가 개최한 종군위안부 관련 ‘여성 국제범죄법정’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법정의 모양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협력을 얻었다. 그러나 방송사는 몇 차례 편집과정을 거쳐 ‘법정’이 일본국가와 쇼와 국왕을 유죄라고 판결한 몇 가지 부분을 생략한 채 방송했다.

재판장은 이번 판결에서 “방송사 간부가 사전에 아베 신조 당시 관방 부장관(현 총리) 등 정치인들을 면담하고 상대의 발언을 필요 이상으로 중요하게 받아들여 별 탈이 없는 프로그램 내용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또 “엔에이치케이는 헌법에서 보장된 편집권한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아사히신문>은 2005년1월 아베 등 정치인의 영향으로 프로그램이 변질됐다고 보도했으나, 법원은 정치인의 직접 개입은 인정하지 않았다.

한편, <후지텔레비전> 계열 <간사이텔레비전>은 인기 프로그램 ‘발굴! 어느어느 대사전Ⅱ’에서 낫토의 다이어트 효과를 조작한 것 이외에도, 그 전에 양상추, 와사비(고추냉이), 레몬 등 식품의 숙면이나 회춘 효과를 엉터리로 꾸며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