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상승에 급증…구매력은 못따라가
지난해 일본에서 맨션(한국의 아파트 격) 착공 건수는 거품 당시의 수준을 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실제 분양은 오히려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국토교통성 발표를 보면, 2006년 땅값 상승에 힘입어 맨션 착공 규모는 전년보다 4% 늘어난 23만8614채로 과거 최다였던 1990년보다 14채 웃돌았다. 수도권은 착공 규모의 거의 반을 차지해 맨션 건축붐을 뒷받침했다. 맨션을 비롯해 단독주택, 임대주택 등을 포함한 전체 신축주택 수도 4.4% 늘어난 129만391채를 기록해 9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다.
이런 주택건축 붐은 땅값 상승을 염두에 둔 건축업자들이 개발을 서둘렀기 때문이라고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은 분석했다. 그러나 부동산경제연구소의 조사로는 수도권의 경우 12만채 가량의 맨션이 착공됐으나 실제 분양된 맨션은 7만4534채에 불과해 8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교토 등 긴키지역의 분양건수도 8년 전의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최근 몇 년간은 착공건수가 분양건수를 웃돌고 있으나 지난해에는 그 격차가 더 커진 것이다. 이는 업자들이 기대하는 것보다 일본인들의 구매력이 높아지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일본 등의 대규모 부동산펀드가 유럽 등에 비해 비교적 저평가된 일본 부동산 시장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모건스탠리사가 일본에서 최대 2조엔 규모의 부동산펀드 투자를 결정한 데 이어 미국의 대형 사모펀드인 블랙스톤 그룹도 1조2천억엔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부동산펀드 운용자산도 지난해 말 현재 약 11조5천억엔으로 1년 전에 비해 50% 가량 늘었다. 이에 따라 우량 물건을 둘러싼 ‘사자경쟁’이 치열해져 도심부에서는 과열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펀드 붐은 세계적으로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높은 금리를 기대하는 투자자들의 자금이 일본 부동산 시장에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 도심의 대형 사무실용 건물의 평균 임대 수익률은 약 3.5%로 장기금리보다 높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