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개혁 소홀 잇단 몰락
후지야, 파로마공업, 산요전기, 다이에, 닛폰햄….
최근 몇 년 새 기업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사건을 일으켜 거덜난 일본 대기업들의 이름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족벌경영이다. 창업주의 자식이나 친족을 사장 자리에 앉히거나 유지하려고 한 나머지, 내부 개혁을 소홀히 해 이런 결과를 맞았다.
최근 사용 기간이 지난 재료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지탄을 받고 있는 양과자 생산업체인 후지야는 1910년 창업 이래 후지이 일가가 경영을 독점해왔다. 이번 사건도 6대 후지이 사장 체제에서 일어났다. 지난해 말 문제점이 경영진에 내부보고됐으나, 이사들 가운데 아무도 이를 공개해야 한다고 진언하지 않았다. 5대 사장은 철저한 경영혁신으로 1990년 수백억엔의 부채를 갚는 등 능력을 발휘했으나 95년 자신의 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려는 3대 사장의 ‘쿠데타’에 의해 경영권을 빼았겼다고 <아사히신문>이 5일 전했다.
1911년 창업한 파로마공업도 4대 고바이시 가문이 사장을 독차지하다 결국 주력제품인 급탕기의 중독사고로 21명의 사망자를 냈다. ‘창업가계 의존증’은 경영재건 중인 산요전기에서도 엿보인다. 42년 창업한 산요전기는 2005년 4월 창업주의 손자가 사장에 취임했다. 하지만 2년 연속 거액의 적자를 기록하고, 최근에는 휴대전화용 배터리의 과열·파손 사고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산요전기의 전 간부는 “전 회장은 아들을 사장으로 삼기 위해 유력 후보에게 사외전출을 타진했고, 그들도 저항 없이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기요나리 다다오 호세이대 명예교수는 “불상사가 일어나는 기업을 보면 족벌 유지가 목적화한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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