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형수 추이
사형수 60년만에 100명
흉악범죄 엄벌 급증 탓
흉악범죄 엄벌 급증 탓
일본이 국제적인 사형 폐지 및 감소 흐름에 역류하고 있다.
일본 최고재판소(한국의 대법원 격)는 20일, 여성 6명을 방화살해하고 강도행각을 벌인 55살 남자에게 사형을 확정했다. 이날 판결로 일본의 사형수는 세 자릿수인 100명이 됐다. 일본에서 사형수가 세 자릿수로 늘어난 것은 1946년 이래 처음이다.
사형수가 급증한 것은 흉악범죄를 강력하게 처벌할 것을 요구하는 여론이 거세진 것과 관련이 있다. 3년 전 한 여론조사에서는 흉악범죄에 대한 사형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81%나 나오기도 했다.
2004년 국회에서 범죄 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기본법, 흉악범죄 엄벌화 등을 포함한 개정 형법이 통과되면서 사형 판결이 크게 늘었다. 일본 법무성 자료를 보면,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사형판결은 매년 2~7명이었으나, 2004년 14명으로 두 자릿수로 늘었다. 2005년 11명, 2006년 21명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말 수감 중인 사형수는 94명으로 늘었고, 2개월 만에 세 자릿수를 돌파했다. 사형 집행은 1993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7명에 달했다.
한 고참 판사는 “사형과 무기징역의 경계선에 있는 사건에서 사형 판결이 늘고 있다”며 “최근 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어 (판사가) 사형 판결을 택하지 않으려면 종전보다 힘든 결심을 해야 한다”고 분석했다고 <도쿄신문>이 21일 보도했다. 흉악범죄에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내리기가 이전보다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일본 안의 사형폐지운동은 시들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법정에서 사형 판결이 내려지면 방청객에서 “살인자”라고 사형폐지 운동가들이 외치곤 했는데 지금은 이런 상황이 사라졌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30년 전부터 법정에서 이런 외침을 해왔던 한 여성은 “한 달에 여러 차례 사형 판결이 나오는 등 법정이 기계적으로 사형을 결정하는 장소가 돼버렸다”며 “호소하면 통할 수 있는 판사들이 이제는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세계적으로는 사형 판결과 집행을 통한 흉악범죄 예방효과가 의문시되면서 사형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국제사면위원회 자료를 보면, 유럽연합 등 88개국에서 사형제도를 폐지했고, 38개 주에 사형제도가 있는 미국에서도 지난해 사형판결이 30년 만에 최저수준(114건)을 기록했다.
국제사면위원회 일본 지부는 20일 성명을 내어 “국가의 제도로 생명을 앗아가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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