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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납치문제·핵 분리해야…일본 방치된 나무조각 된다”

등록 2007-02-26 10:07수정 2007-02-26 15:55

가토 고이치 일본 전 자민당 간사장
가토 고이치 일본 전 자민당 간사장
가토 고이치 전 자민당 간사장 <한겨레> 인터뷰 전문
“여러 다른 나라들이 납치문제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있다고 하지만, 외교적 수사에 가깝다. (일본이) 방치된 나무조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납치문제와 핵을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지난 18일 오전 일본 민영 <후지텔레비전>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한 자민당의 한 의원이, “납치문제에 진전이 없으면 북한에 에너지 지원은 없다”며 대북 강경 태도를 고집하고 있는 아베 신조 총리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일본 국민여론의 압도적 다수가 아베 총리의 대북 정책을 지지하는 상황(<아사히신문> 20일 81% 지지)에서 그의 발언은 상당한 소신의 발로이자 용기의 표현으로 들린다.

발언의 주인공인 가토 고이치 전 자민당 간사장(67·현 중의원 의원)은 현재 자민당내에서 아베 총리의 가장 강력한 비판 세력으로 꼽힌다. 그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에 대해서도 집권 내내 혹독한 비판을 퍼부었다. “나는 고이즈미씨와 오랫동안 사귀어왔지만, 야스쿠니에 대한 그 나름의 신념에 대해 들은 기억이 없다. 그는 자신의 신념을 관철한다는 포즈를 취함으로써 중국과 한국을 자극했다. 그가 그런 행보를 보인 건, 일본 내 구심력을 높여 자신의 지지율을 올리기 위한 것이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는 지난해 말 펴낸 책 <테러의 진짜 범인>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정치 수법’을 비판하고 일본 내의 내셔널리즘 광풍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이 책은 또한 한-일 정부간 큰 견해 차이를 보였던 역사인식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과 한국에 대해서는 일본의 침략전쟁이 커다란 폐를 끼쳤다는 기본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야스쿠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배경에는 지난 전쟁에 대해 제대로 총괄하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확실히 언급했다.

이런 역사인식 때문에 지난해 8월15일 야마가타현 쓰루오카에 있는 자신의 고향집이 60대 우익단체 회원에 의해 ‘방화 테러’를 당해 모두 타기도 했다.

외무성 관리를 거쳐 1972년 의원에 첫 당선된 뒤 현재 12선의 중진 의원인 그는 자민당 내 비주류 소수파로 전락했지만, 한때는 총리를 꿈꿀 정도로 ‘잘 나가는’ 정치인이었다.

자민당 간사장 시절인 2000년 당시 맹우인 야마자키 다쿠로 의원과 함께 야당이 제출한 모리 요시로 총리의 불신임 건의안에 동조하는 이른바 ‘가토의 난’을 일으켰으나,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하고 한때 의원직을 사퇴한 뒤 다시 당으로 돌아오는 등 파란을 겪었다.

22일 도쿄 나가타초 국회의원 회관에서 만난 가토 의원은 외교 관료 출신답게 질문 하나하나에 대해 신중하면서도 설득력있게 설명하려 애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납치와 핵문제를 분리하자고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여러 관련 국가가 납치문제에 대해 그다지 진지한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미국과 중국이 우선 납치문제와 관련한 ‘압력의 연대’에서 벗어나 직접 대화에 나서고 있다. 두번째, 일본 외무성도 본마음으론 납치문제 연대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고 나는 추측한다. 처음에는 ‘납치문제 해결이 없으면’이라고 말하다 이제는 ‘진전이 없으면’이라고 표현을 바꾸고 있다. 납치문제 해결, 진전은 무엇인가. 정부는 확실히 말하지 않고 있지만, 일본과 북한 사이에 (국교정상화 관련) 워킹그룹이 열리는 것만으로도 진전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세번째로 6자회담 결과 일본은 북한의 에너지 사정을 조사하는 데는 참여하기로 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북한 경제가 영양실조 등 중병에 걸렸다고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에너지 원조 면에서 일본은 상당한 실력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핵문제나 국교 문제에서 조금씩 밀리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현실에서 크게 동떨어진 정책은 국익에 반한다고 생각한다.

-납치문제의 돌파구는 있는가?

=상당히 어렵다. 고이즈미 준이치 전 총리가 △북한과 교섭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방침을 거스르며 방북한 것 △김정일에게 납치를 인정시켜 사죄하도록 하고, 8명의 사망을 고백하게 한 점 △5명의 생존자를 귀국시킨 점 등은 굉장한 성과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마이너스 요소는 △생존자 5명을 북한에 돌려보낸다는 (북-일 정부간) 약속을 일본 여론이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 △요코다 메구니의 유골이 가짜라는 주장에 대해 북한이 화를 냈다는 점 등이다. 따라서 앞으로 납치문제의 돌파구는 이 두가지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유골에 대해서는 제3국의 기관에서 감정하면 일본과 북한 가운데 누구 주장이 올바른지 가려지지 않을까.

-최근 일본 사회에서 격차문제가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데….

=고이즈미 정권 5년간 쌓인 마그마라고 생각한다. 고용, 소득 격차, 교육 격차, 대도시와 지역의 격차 등 격차문제는 언제 폭발할지 모를 일본에서 가장 큰 문제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국회 답변에서 “인간 사회에서 격차가 있는 게 뭐가 나쁘냐”고 발언해서 내가 “고이즈미 총리, 그렇게 얘기하면 일본 총리로서 끝이다”라고 반박했다. 세계 지도자 중 국민을 향해 ‘격차가 있는 게 뭐가 나쁘냐’고 국회에서 발언한 정치인이 있는지 국회도서관에 찾아보라고 한 결과, 아무도 없었다. 격차를 줄이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게 정치인이 할 일이다.

-야스쿠니 문제의 해결방안은?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가능성은?

=우선 에이급 전범을 야스쿠니신사에서 분사해야 한다. 이것이 어렵다면 새로운 추도시설을 건축할 필요가 있다. 야스쿠니 인근의 ‘치도리가후치 전몰자묘원’도 그 후보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방중 이후 중-일 사이 인적 교류가 다양하게 굳어지고 있고 있어, 그의 재임중에는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안에서 민족주의가 강해지는 데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이웃나라와 대립을 선동하면 정치적으로 상당히 효과가 있는 게 민족주의의 특징이다. 따라서 민족주의가 편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능한 한 민족주의를 선동하지 않는 정치인은 위대한 지도자이다. 그런 줄 알면서 민족주의를 이용하는 정치인은 위험하다. 5~6년전만에도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민족주의를 선동하는 정치가가 별로 없었다. 일본에는 현재 불건전한 공기가 떠돌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일본이 건전한 방향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격한 민족주의를 주장하는 잡지의 판매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건 하나의 징표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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