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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히로히토, “중일전쟁 시작하기 싫었다”

등록 2007-03-09 19:28수정 2007-03-09 20:07

히로히토
히로히토
히로히토 일왕 측근 일기 공개
“전쟁 시작하면 철저히 해야”
“지나사변(중-일전쟁)은 하고 싶지 않았다.”

2차대전 전야부터 패전 때까지 자신의 이름으로 전쟁을 치렀던 히로히토 전 일왕의 솔직한 심중을 담은 기록이 발견됐다. 그의 ‘전쟁론’은 그의 시종으로 일했던 오구라 구라지 전 도쿄도립대 법경학부장이 1939년 5월부터 45년 8월 일본이 패망할 때까지 쓴 일기에 담겨 있다. 월간 <문예춘추>가 입수해 10일 발간되는 4월호에 게재했다고 <아사히신문>이 9일 보도했다.

일기에는 중-일전쟁에 대한 그의 짙은 회한이 잘 드러나 있다. 그는 40년 10월 “중국이 의외로 강하다. 전쟁의 진상을 모두가 잘못 보고 있다. 특히, 전문인 육군조차 관측을 잘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듬해 1월에는 “중국을 얕봤다”며 되도록 빨리 전쟁을 끝내 국력을 더 비축할 것을 주문했다. 앞서 39년 7월에는 육군대신을 앞에 두고 ‘결말을 어떻게 내려고 하느냐’며 큰 소리로 혼자말을 했다고 일기는 기록했다.

전쟁에 대한 그의 복잡한 심경이 가장 잘 나타난 것은 1942년 12월 이세신궁을 참배하기 위해 교토를 방문했을 때였다.

“전쟁은 (결정)할 때까지는 신중하게, 시작하면 철저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쟁은) 일단 시작하면 중간에서 멈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주사변에서 괴로운 경험을 기억하고 있다. (중략) 전쟁은 어디에서 멈출까가 중요한 것이다.”

그의 이런 발언들은 전쟁을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전쟁에 대해 면밀히 준비하고 냉철히 임해야 한다는 생각이 담겨 있는 대목이다.

히로히토 전 일왕은 일본·독일·이탈리아의 3국동맹 체결 움직임에 대한 불쾌감도 표시했다. 39년 10월 동맹을 추진했던 시라토리 도시오 주 이탈리아 대사가 귀국해 자신에게 보고하자 “기분이 그렇게 썩 내켜 하지 않으셨다”고 일기는 적었다.

그는 또 진주만 공습 뒤 일본의 전황이 우세했던 때에는 “평화를 되찾으면 남양을 보고 싶다. 일본의 영토가 된다면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해, 남태평양 일대에 대한 정복 의지를 내보이기도 했다. 이밖에 그는 “내 황금기는 (1921년 황태자 시절) 유럽 방문 때였던 것 같다. 조선인 문제로 상당히 싫은 것도 있었지만 자유로웠고, 꽃피었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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