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이후 교사 300여명 징계
“‘기립하세요. 노래하세요’라는 방식은 교육행위가 아니다. 전쟁 기간 교육의 재현이다.”
도쿄 도내 중학교 교사인 네쓰 기미코(56)는 19일 졸업식에서 ‘국가제창’이란 방송멘트가 흘러나오자 천천히 제 자리에 앉았다. “교사로서 이상한 것은 이상하다고 얘기하지 않으면 사회 전체가 이상하게 된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그러나 교장은 곧바로 징계절차에 착수했다.
네쓰는 지금까지 신념을 지키려다 9번이나 징계를 받았다. 도쿄도 교육위가 2003년 11월 ‘히노마루 게양·기미가요 제창’을 졸업식에서 엄수하도록 지시를 내린 이후 그처럼 행동한 교사 340명 이상이 징계를 받았다.
<도쿄신문>은 21일 올해에도 국가제창 때 기립하지 않은 교사 20명이 새롭게 생기는 등 도쿄 도립고교 졸업식에서 30명 가까운 교사가 교육위 조처에 저항해 대량 처벌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일본 법원이 히노마루와 기미가요 강요에 대해 엇갈린 판결을 내린 점도 도교육위가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는 이유이다. 지난해 9월 도쿄지방재판소가 히노마루와 기미가요 강요는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으나, 최근 기미가요 반주를 거부한 음악교사(58)에 대한 징계는 합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기미가요·히노마루 문제는 다음 달로 예정된 도쿄도 지사 선거의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도쿄도 교육위 방침을 사실상 주도한 것으로 평가받는 이시하라 신타로 지사는 “처벌은 당연한 것”이라는 태도인데 반해, 도전장을 내민 아사노 지로 전 미야자키현 지사는 “강제적인 대응은 재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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