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하라 신타로
‘부덕의 소치’라던 선거 때 자세에서 돌변
‘반성해 신타로. 그렇지만 역시 신타로.’
8일 일제히 실시된 일본 지방선거에서 3선에 성공한 이시하라 신타로(74) 도쿄지사는 선거전이 시작되자 ‘이시하라답지 않게’ 이런 겸허한 선거 구호를 내세웠다. 외국인이나 여성 등에 대해 거침없는 망언을 내뱉는가 하면, 호화 외유, 도쿄도 추진 사업에 아들 개입 등 ‘도정을 사유화했다’는 비판에 몸을 낮추는 포즈를 취한 것이다. 그가 아사노 시로 전 미야기현 지사를 110여만표 차이로 따돌리고 예상 밖의 낙승을 거둔 데는 이런 저자세 작전도 한몫한 것으로 평가된다.
8일 밤 출구조사 결과 압승이 드러나자, 그는 예전의 기고만장한 자세로 되돌아왔다. 그는 <엔에이치케이> 인터뷰에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도민의 양식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 “정치는 모양(실적)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안된다” 등 특유의 태도를 다시 내보였다. 그는 특히 도정 사유화 등 비판에 대해 “일부 미디어의 때리기로 여러가지 오해가 확대된 것은 유감이다” “도의회 의사록을 읽어보면 알 것”이라고 신경질적인 반응도 보였다. “부덕의 소치”라고 저자세를 보였던 선거전 때와는 딴판이었다.
9일 아침 <엔에이치케이> 등 여러 방송에 잇따라 출연해서도 입을 열자마자 “언론으로부터 과도하게 얻어맞았다”고 억울함부터 호소했다. <아사히신문>은 “주변에서는 선거기간 중 꾹 참고지냈던 반동으로 도로 나홀로 지사로 돌아가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아베 신조 총리 등 자민당 지도부는 제1야당과 대결하는 모양새가 됐던 도쿄 등 5개 도·현지사 선거 중 도쿄·홋카이도·후쿠오카 등 3곳에서 승리해,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를 맞았다는 표정이다. 그러나 정당 색깔을 강하게 내세우지 않은 현직 지사 9명이 모두 당선된 점에 비춰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쪽은 ‘현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