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17일 나가사키 이토 잇초 나가사키 시장이 피격당한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나가사키/AFP 연합
폭력단 두목이 등 뒤에서 “탕·탕”…“우익 정치테러”
17일 저녁 7시50분께 일본 나가사키현 나가사키시 제이아르 나가사키역 앞에서 이토 잇초(61) 나가사키 시장이 조직폭력단 간부의 총격 테러로 중태에 빠졌다고 <엔에이치케이> 등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이토 시장은 일본의 우경화와 아베 신조 정권의 개헌 움직임에 강한 우려를 표명해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정치테러의 가능성이 짙은 것으로 보인다.
이토 시장은 총격을 받은 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심폐기능 정지상태라고 일본 경찰이 밝혔다. 일본 최대 조직폭력단 야마구치구미 계열 폭력단 두목으로 알려진 범인(59)은 테러 직후 현장에서 체포된 뒤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범행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가사키시에서는 1990년 1월 비슷한 정치테러 사건이 일어난 바 있다. 당시 모토시마 히토시 시장이 1988년 시의회에서 일왕의 전쟁책임을 거론한 데 불만을 품은 우익단체 회원의 총격을 받아 부상을 당했다.
이토 시장은 22일 치러질 시장 선거에 대비해 시내에서 유세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던 중에 등 뒤에서 두 발의 총격을 당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이토 시장은 현재 3선으로 이번 선거에서 4선을 노리고 있다. 이토 시장은 히로시마와 함께 2차대전 당시 원폭 투하로 인한 피해를 겪은 나가사키 시장으로 재직하면서 나카가와 쇼이치 자민당 정조회장의 핵보유론 필요성 제기 발언이나 북한의 핵실험을 강하게 비판해 왔다. 또 아베 총리의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해 8월 나가사키 평화선언을 발표하면서 “2006년을 재출발의 해로 삼는 것을 결의하며 항구평화의 실현에 힘을 다할 것을 선언한다”고 평화헌법 개헌 움직임을 견제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22일 지방선거 및 7월 참의원 선거 등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이번 사건에 대해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명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총리실에서 비서진으로부터 사건 보고를 받고 “수사당국에 의해 엄정하게 수사가 진행돼 진상이 규명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나카가와 히데나오 자민당 간사장은 “충격을 금할 수 없다. 이토 시장의 회복을 기원한다”며 “자신과 다른 정치적 성향을 이유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우리는 정치신조의 자유를 확고하게 옹호하고, 이런 폭력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미즈호 사민당 당수는 “선거기간 중 후보자가 총격을 당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했다. 인명을 해치는 폭력은 어떤 관점에서도 허용될 수 없다”며 “정치활동과 언론의 자유가 이런 형태로 침해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우익단체 회원에 의해 고향집이 방화테러를 당한 바 있는 가토 고이치 전 자민당 간사장은 “이번 사건으로 정치인의 발언이 위축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이토 잇초 나가사키 시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