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진행중 발병 고백한 칠순 앵커 지쿠시 데쓰야
뉴스 진행중 발병 고백한 칠순 앵커 지쿠시 데쓰야
‘평화헌법 수호’ 주장 진보논객
‘우익이 가장 싫어하는 언론인’
TBS “복귀 때까지 비워두겠다” 말투는 언제나처럼 어눌하고 건조했다. 자신의 신상에 관한 얘기라는 점만 빼고는 그의 표정과 말투는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시행 60돌을 맞은 일본 평화헌법의 개헌 절차를 담은 국민투표법이 참의원을 통과한 14일 밤 11시 일본 〈티비에스(TBS)〉의 메인 뉴스프로그램 ‘뉴스 23’. 그동안 프로그램을 통해 평화헌법 수호를 줄기차게 주장해온 지쿠시 데쓰야(71·사진) 앵커가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고백하며 15일부터 당분간 방송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암을 극복해 꿋꿋히 살아남다’는 제목의 방송 칼럼에서 “내 자신은 암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도 없는 자신을 갖고 있었으나 지난주 초기 폐암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서 “병의 상태는 극복할 수 있다고 하며, 잠시 치료에 전념한 뒤 다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 워싱턴 지국장 등을 거친 뒤 1989년 10월 〈티비에스〉 ‘뉴스 23’의 신설과 함께 초대 앵커에 발탁된 그는 19년 동안 일본 방송계에서는 보기 드문 진보적 시각의 언론인으로서 존재감을 과시해왔다. 헌법, 이라크 전쟁, 일본의 우경화, 환경문제 등에서 날선 주장을 주저하지 않았다. 특히 헌법문제에 대해서는 집요할 정도로 물고 늘어지는 면을 보였다. “역사를 모르는 젊은 정치가들은 자주 ‘이것은 점령군이 강요한 헌법’이라고 간단히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헌법 9조에 대해선 당시 보수파 리더들도 패전의 댓가로 전쟁을 하지 않는 이상적인 나라를 만드는 것에 대해 정열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5월2일 방송 ‘큰일-헌법에 손을 대는 것 자체가 일대 사건이라고 인식하고 싶다’) 그가 진보적 시사주간지 〈주간 금요일〉에 쓰고 있는 칼럼‘자아작고’의 단골 주제 역시 헌법문제다. 이런 지칠 줄 모르는 자세 때문에 지쿠시는 일본 우익 인사들이 가장 싫어하는 언론인의 한명으로 꼽힌다. 〈티비에스〉 쪽은 그의 빈자리를 다른 사람으로 채우지 않고 그가 건강하게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