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일본

[특파원리포트] ‘부모살해’ 급증하는 일본

등록 2007-05-20 21:52수정 2007-05-20 22:02

일본 청소년의 살인사건 추이
일본 청소년의 살인사건 추이
지난 15일 아침 일본 후쿠시마현 아미즈와카마쓰시 경찰서에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찾아왔다. 이 학생은 엄마를 살해했다며 자수하겠다고 했다. 학생이 들고 있던 가방에는 살해된 어머니의 머리가 들어 있었다.

경찰조사에서 충격적인 사실들이 속속 드러났다. 이 학생은 15일 새벽 1시께 자고 있던 어머니를 살해해 주검을 절단한 뒤 경찰에 자수하기 전 노래방과 PC방에 잇따라 들러 노래를 부르거나 자신의 좋아하는 미국 록그룹의 라이브공연을 태연히 감상했다고 한다.

어머니 살해동기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나온 진술이나 정황 증거로 미뤄 그는 강한 살인충동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그는 지난해 9월부터 자주 결석을 하다 3학년으로 진학한 4월부터는 거의 학교에 등교하지 않은 채 공포영화에 빠져 있었다. 그는 영화를 보는 동안 사람을 죽이고 싶어졌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그의 방에서 살인을 주제로 한 책과 만화, 공포영화 디비이디 등을 압수했다.

그는 살해한 어머니에 대해서는 아무런 감정을 나타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불안을 호소해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서 청소년들의 부모 살해는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최근 몇년 사이 급격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14~19살 청소년이 부모를 살해하거나 살해하려고 한 사건은 2001년 이후 매년 10건 미만이었으나 2005년 17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는 11월까지 12건을 기록했다.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육친에 ‘살의’를 갖게 만드는 것일까? 이들 사건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공통점을 찾기는 힘드나, 언론과 전문가들은 그 배경으로 ‘가족의 타인화’, ‘과도하게 밀접한 모자관계’, ‘격차사회’ 등 가족관계의 변화에 주목한다.

정신과 의사인 마치자와 시즈오는 “아이들이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식사도 따로 하는 등 가족 사이의 유대감이 약해지고 있다”면서 “이런 경우 부모에 대해 타인과 같은 감정을 갖게 돼 부모를 죽이는 것에 죄의식이 희박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느 사회도 가족관계 변화에 따라 부모-자식 사이의 갈등과 대립은 있기 마련이지만, 일본처럼 부모 살해 같은 극단적 상황이 이렇게 자주 벌어지지는 않는다. 일본만의 특수성 같은 게 있는 게 아닐까? 일본 사회 특유의 과도한 엄격성과 집단주의로 인한 강박증이 가족 사이에서 부모 살해로 폭발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 일본 바깥에서 보는 시각이다.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숨막힐 듯 꽉 짜여 있는 일본 사회와 인간관계 시스템, 눈에 안 보이는 질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낙오한 아이들이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조차 위로나 보살핌을 받지 못할 때 가족이라는 존재는 오히려 타인만 못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북한 파병에 우크라 군인, 한글로 “분단 끝낼 기회” 1.

북한 파병에 우크라 군인, 한글로 “분단 끝낼 기회”

“제주 동백숲 가꾼 현맹춘”…한강이 알리고픈 인물로 꼽아 2.

“제주 동백숲 가꾼 현맹춘”…한강이 알리고픈 인물로 꼽아

산 채로 불타 숨진 가자 19살…열흘 전 공습에도 살아남았지만 3.

산 채로 불타 숨진 가자 19살…열흘 전 공습에도 살아남았지만

[영상] 절규하는 젊음...우크라 강제 징집에 몸부림 치는 청년들 4.

[영상] 절규하는 젊음...우크라 강제 징집에 몸부림 치는 청년들

‘북 파병’ 부정 않는 러…“평양과 관계 발전은 우리 주권” 5.

‘북 파병’ 부정 않는 러…“평양과 관계 발전은 우리 주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