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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특파원리포트] 일본 아줌마들 ‘꽃미남’ 판타지

등록 2007-06-10 18:10수정 2007-06-10 20:32

최근 일본 중년 여성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이시가와 료(왼쪽)와 사이토 유.
최근 일본 중년 여성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이시가와 료(왼쪽)와 사이토 유.
요즘 일본에서는 두 명의 10대 아마추어 스포츠선수가 뜨거운 관심을 모은다.

두 선수 모두 반듯한 행동거지에다 잘생기기까지 해 ‘왕자’로 불린다. 30~50대의 중년여성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다. 베컴사마, 욘사마 등 사마열풍에 이은 ‘왕자 현상’은 일본 사회의 내면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키워드이다.

지난주 일본 민영방송의 아침정보프로그램은 ‘수줍은 왕자’라는 별명이 붙은 15살 고교 1년 골프선수 이시가와 료의 일거수 일투족을 자세히 전했다. 그가 출전한 간토아마투어선수권대회는 나흘간 갤러리 1만1800여명을 모았다. 상당수는 평소 골프장에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아줌마 부대’였다.

경기 규칙을 잘 모르는 여성 팬들이 이시가와 선수가 샷을 할 때 휴대전화 카메라를 터뜨려 경기진행에 지장을 주자, 주최쪽에서 경기중 주의점을 긴급 공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2명에 불과했던 취재진도 나흘간 700명이나 몰려들었다. 일부 민영방송은 이시가와의 경기중 대화를 도청하려고, 그와 라운드를 하는 선수에게 마이크 부착을 제의한 사실이 발각돼 사과방송을 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20일 첫 출전한 일본 프로골프 투어에서 대역전극을 펼쳐 일본 투어 최연소 우승기록을 갈아치우며, 새로운 왕자의 탄생을 예고했다. 경기중 약간 수줍은 듯하면서도 해맑은 미소를 잃지않아, 경기중계 아나운서가 ‘수줍은 왕자’라고 단 한번 언급한 게 애칭으로 굳어졌다.

며칠 전 19살 생일을 맞은 와세대대 야구팀 1년생 투수 사이토 유는 ‘손수건 왕자’로 불린다. 지난해 고교 3년 때 고시엔고교야구 결승전에서 연장에 연장을 거듭한 격전 속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어 강한 인상을 남겼다. 경기중 손수건으로 땀을 닦는 모습이 귀엽다고 해서 별명이 생겼다. 얼마전에 끝난 도쿄 6대학야구 춘계리그도 사이토 현상의 덕을 톡톡히 봤다. 대회기간 중 37만명이 도쿄 진구구장을 찾아 지난해 15만명보다 갑절 이상 늘어났다. 지난 3일 게이오대와 결승전에는 새벽부터 8천여명의 팬이 몰리는 등 3만5천여명의 관객이 모였다. 사이토가 모습을 나타내자 ‘왕자’ ‘유짱’ 등 여성들의 환호성이 일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4일 보도했다. 사이토는 대학1년생인데도 주전투수로 연일 등판해 리그전 4승을 올려 와세다대의 우승을 견인해, 선배들의 헹가래를 받았다.

일본의 중년 여성들이 ‘귀공자풍’ 남자에 열광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한 여성 방송작가는 <도쿄신문>에 “여성에게 절대 실례될만한 얘기는 하지 않을 듯한 부분이 가장 크다. 이는 아줌마들의 남편에게는 결여돼 있는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백마탄 왕자님’과 같은 그들이 여성들 마음의 틈새를 메우거나 메마른 마음에 윤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것이다.

김도형 특파원
김도형 특파원
그렇다면 욘사마와 마찬가지로 10대 왕자들도 어쩌면 일본 중년여성들의 ‘판타지’가 아닐까? 여느 사회든 현실의 남편과 자식의 모습이 자신이 바라는 것과 간극이 크면 클 수록 대리만족 욕구는 클 수밖에 없다. 가족 간 살인사건이 끊이지 않는 등 점점 가족관계마저 메말라가는 일본 사회는 중년여성으로 하여금 왕자님이라는 판터지를 필요로 하는 사회로 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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