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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8·15 62돌] ‘일본의 오늘’ 4색 인터뷰 (하)

등록 2007-08-16 20:07

고토다 마사즈미 자민당 의원
고토다 마사즈미 자민당 의원
고토다 마사즈미 자민당 의원 “아베 ‘전후체제서 탈피’ 주장 자민당 참패 요인 중 하나”
오누마 야스아키 도쿄대 교수 “일본의 민간기금모금 등 사죄 한·중서 수용하지 않은 건 잘못”
“아베 ‘전후체제서 탈피’ 주장 자민당 참패 요인 중 하나”
고토다 마사즈미 자민당 의원

‘야스쿠니 전범’ 교류 걸림돌 돼선 안돼
‘위안부 발언’ 총리, 정치센스 너무 없어

“선거에 참패한 아베 총리가 자리보전을 선언한 것은 일본의 전쟁지도자가 뻔히 지는 전쟁에 돌입해 많은 국민의 목숨을 앗아가고 아시아 이웃나라에게 피해를 입히고도 반성을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난 9일 도쿄 나가타초 중의원 의원회관에서 만난 고토다 마사즈미(37) 자민당 의원은 아베 총리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했다.

-자민당 참패의 가장 큰 요인은?

=첫번째로 아베라는 사람의 됨됨이, 정치인으로서의 신뢰도가 심판받은 것이다. 또한 국민들은 그가 내세운 ‘전후체제로부터의 탈각’이 굉장히 위험하다는 인식을 보여줬다. 전후 일본을 군부지도자로부터 해방시킨 일본국 헌법은 미국으로부터 강제당했다고 해도 일본에 국민주권, 남녀동권, 재벌해체 등 여러가지 문제 해결의 흐름을 만든 헌법이다. 이런 틀안에서 일-중, 일-한 국교회복, 전쟁책임 사죄와 담화 등이 가능했다.


전후체제 탈각은 정치적으로 그런 점을 놓친 것이다. 게다가 개혁에 따른 아픔에 정중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 즉, 재정재건에 뒤이은 예산삭감의 강약조절이 엉망진창이다. 각료 임명과 책임을 둘러싼 위기관리 문제에서 국민이 심각하게 걱정했다. 저렇게 위기관리를 하지 못하는 총리에게 일본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맡길 수 있는가라고 심각하게 우려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자신의 기본노선은 지지를 받았다고 주장했는데.

=아베 총리는 개혁이라는 말의 의미를 경솔하게 쓰고 있다. 고이즈미 개혁에 의해 무엇이 바뀌었는지, 무슨 부정적인 면이 생겼는지 보지 못하면서 그런 말을 하고 있다. 아베 앞에 자민당이 있고, 자민당 앞에 국민이 있다. 자민당은 내 것이고, 내각도 내 내각이라는 발상 자체가 위험하다. 정치적 책임을 진다는 것은 선거로 국민의 지지를 확인하는 것 이상이 없지 않은가. 일본은 민주주의 국가이므로 그가 물러나지 않으면 다음 중의원 선거에서 ‘아베 자민당’은 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북 정상회담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대환영이다. 원코리아, 원차이나가 동북아시아의 안정에는 가장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민족이 이렇게 분단된 것은 냉전의 유물이다. 지금 한국과 일본이 미군을 받아들이는 것은 미국에 추종하는 것일 뿐이다. 우리 일본을 봐도 미군기지 유지를 위한 예산으로 연간 몇천억엔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 아시아가 안정되고 평화가 정착되면 우리 인류가 진보해나가지 않겠나. 진보하는 과정에서 인류는 군사비를 당연히 환경과 경제에 사용해야만 한다. 나는 한국·중국 정치인들과 협력하면 그것을 충분히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된 십수명의 A급 전범 때문에 이웃나라와의 정치적 교류 뿐 아니라, 13억 중국인, 4500만여 한국인과의 교류가 방해당해야 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남북 정상회담으로 일본 외교의 고립감이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일본은 중국·한국과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납치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아베 총리의 외교노선을 확실하게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위해서는.

=일-한 관계의 신뢰를 확실하게 구축하기 위해서는 일본이 전쟁 책임을 명확하게 인정하고 대응하는 게 대전제라고 생각한다. 납치나 원코리아 문제를 생각하면, 일국의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광의의 강제성’이니 ‘협의의 강제성’ 같은 발언을 재론하는 것은 완전히 정치센스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1993년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 담화 등 지금까지 정치인들이 신중하게 성의를 가지고 대응해온 것들을 엉망으로 만든 그의 발언 책임이 무겁다.


“일본의 민간기금모금 등 사죄 한·중서 수용하지 않은 건 잘못”
오누마 야스아키 도쿄대 교수

미 하원이 사죄하라면 더 안해
일본 우경화는 한국에도 책임

오누마 야스아키 도쿄대 교수
오누마 야스아키 도쿄대 교수
“나는 일관되게 애국주의자라고 생각한다. 내가 사랑하는 일본은 전후 60년간 평화주의를 신봉하고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었다. 아베 신조 총리가 탈각을 주장하는 전후 체제 바로 그것이다. 그렇지만 1930년대부터 45년까지의 일본은 사랑하지 않는다. 이것이 일본인 압도적 다수의 신조다.”

지난 13일 도쿄 자택에서 만난 오누마 야스아키 교수는 애국주의와 리버럴(자유주의 성향)이 대립하지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외국 특파원들은 일본의 흐름을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의 기금을 모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아시아여성기금에 참여했던 그는 국가 보상을 고수하는 한국 시민단체와 언론에 의해 큰 성과를 얻지못했다며, 아쉬움과 섭섭함을 강하게 피력했다.

-참의원 선거 결과가 우경화 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될까?

=확실히 바뀌었으면 좋겠다. 이번 선거에서 아베 총리의 이념에 대해 일본 국민들이 판단했는지는 단언할 수 없다. 적어도 유권자들은 그가 얘기하는 이념보다 더 소중한 여러가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격차(양극화), 연금 등의 문제에 대한 아베 총리의 감각이 서민들의 생활감각과 어긋나 있다는 것이다. 헌법개정, 교육재생, 전후체제 탈피 등 관념적 얘기만 하는 그에게 좀더 잘하라는 의미에서 일본 유권자들이 ‘노’라고 말했다.

-아시아여성기금이 가장 바람직한 문제 해결 방식이라고 생각하나?

=가장 좋은 형태는 정부가 정식으로 절반을 내고, 국민이 절반을 내서 종합적인 전후보상기금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그 방식은 당시 정치 상황에서 어려워, 차선책으로 민간모금과 총리의 사죄편지를 생각해냈다. 과거의 전쟁과 식민지배에서 일본이 얼마만큼 돌이킬 수 없는 행위를 저질렀는가를 국민 자신이 알고 문제에 직면하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다는 생각도 있었다. 결국 전국 곳곳에서 1년만에 4억엔을 모금했다. 단순히 국민들이 모금에 응한 데 그치지 않고, 돈을 낸 사람의 상당수가 사죄의 마음을 편지에 담아 사무국에 보냈다. 정부가 돈으로 배상하고, 국민들은 완전히 무관심한 것에 비해 훨씬 훌륭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시아여성기금의 활동은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지 못했다.

=결정적인 실패의 원인은 일본 정부와 아시아여성기금의 언론에 대한 홍보활동의 부족이다. 아시아여성기금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일본 정부의 속임수” “도의적 책임이란 말은 속임수”라는 부정적 인상이 압도적이었다. 또 당시 일부 피해자가 얘기하는 “인간의 존엄 회복이 첫번째고, 이는 돈의 문제가 아니다”는 논조가 한-일 언론을 지배하고 있었다. 특히 한국 언론과 시민운동단체는 반일내셔널리즘 기조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모습을 그리고, 국가보상론을 계속 보도했다. 많은 피해 여성의 ‘소박한 바람’을 사회적 권력으로 억압했다고 본다.

-미 하원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의 사죄를 권고하는 결의안이 채택됐는데.

=미 의회가 사죄하라고 하면, 사죄하려고 생각한 사람도 사죄하지 않는다. 관타나모 기지나 이라크에서 극심한 행동을 한 미국이 무슨 권리로 그런 말을 하느냐고 비웃는다. 한국과 중국의 가장 큰 잘못은 일본이 이 정도나 사죄했는데 그것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은 것이다. 요컨대 일본 국민의 관점에서 보면, 아무리 사죄해도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바보가 되고 만 것이다. 왜 아베가 총리가 됐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일반 시민들이 그런 감각를 갖게 됐기 때문이다. 일본 사회의 우경화에는 한국의 책임도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 언론은 자기반성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고토다는?

버티는 아베에 ‘직격탄’ 날린 30대 의원

고토다 마사즈미(37) 자민당 의원은 3선에 지나지 않지만, 7·29 참의원 선거 자민당 참패 이후 일본 정계와 언론의 눈길을 한몸에 받고 있다.

고토다 의원은 선거 직후 사퇴를 거부하고 버티기에 들어간 아베 신조 총리에게 직격탄을 날려 주가를 높이고 있다. 아베의 정치표어 ‘아름다운 나라’에 빗대 ‘아름답지 못한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또 총재 선거를 다시해 아베의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반아베 공부 모임을 만드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젊은 의원들의 대다수가 대세를 쫓아 아베 지지 대열에 뛰어든 데 반해, 그는 다니가키 사다카즈 전 재무상을 지지했다. 일본의 우경화 흐름에 번번히 제동을 걸어 ‘면도칼 리버럴’로 불리던 고토다 마사하루 전 자민당 부총재가 작은 할아버지다.

■ 오누마는?

‘위안부 문제’ 한국과 온도차…우익은 비판

오누마 야스아키 도쿄대 교수(60)는 40년 가까이 일본군 위안부, 재일조선인 차별, 사할린 체류 조선인 영주귀환 등 한-일 문제에 적극 관여해온 시민운동가이자 국제법학자이다. 1995년 발족돼 지난 3월 해산된 아시아여성기금에 깊이 관여해왔다. 지난달 출판된 〈위안부 문제라는 것은 무엇이었던가〉라는 책을 통해 정부 배상을 고수하는 한국 시민운동단체와 언론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특히 한-일 정부 또는 일본과 연합국 사이의 조약으로 이 문제의 해결이 끝난 것이라는 논리는 국제법적으로 매우 설득력이 강하다고 말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국한하면 그는 보수적 인사로 보인다. 그러나 그는 “아베 총리도 그렇지만 일본의 우익이 얘기하는 애국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애국이다. 지적퇴폐이고 과거로부터 도피다”라고 비판한다.

도쿄/글·사진 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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