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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한-일 외교사 밀사 활약한 ‘정보의 달인’

등록 2007-09-04 18:52

세지마 류죠
세지마 류죠
세지마 류죠 이토추상사 전 회장 별세
한-일 외교사의 중요한 고비마다 막후 밀사 노릇을 한 세지마 류죠(사진) 전 이토추상사 회장이 4일 사망했다. 95살.

세지마 류죠는 1938년 육군대학을 수석 졸업한 뒤 일본군 대본영의 육군 참모(중령)로 태평양전쟁의 기획에 참가하는 등 군부 중추부에서 지휘했다. 그는 만주에서 종전을 맞아 소련군 포로가 돼 11년간 억류생활을 하다 56년 귀국해 2년 뒤 이토추 상사에 입사했다. 그는 65년 한일 회담에서 일본군 시절 끈끈한 인연을 맺은 박정희 대통령과의 막역한 친분을 바탕으로 회담 성사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박 전 대통령에게 수출 주도형 압축성장 전략을 자문하고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올림픽 유치를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80년 신군부 세력들이 일본쪽과 접촉하는 과정에서도 그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그가 대동아공영권 실현 차원에서 박 전 대통령 등 군부세력을 지원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83년 나케소네 야스히로 당시 총리가 일본 총리로 최초로 한국을 방문하는 과정에서도 그의 밀사외교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권력자들과 핫라인을 갖고 있던 그는 한국과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나카소네의 친서를 가지고 한국을 방문해 40억달러 차관 제공이라는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기도 했다.

세지마는 기업에 참모조직을 도입해 전 세계를 무대로 수집한 정보력을 이용해 섬유수출업체에 불과하던 이토추를 최대 종합상사로 끌어올렸다. 정보의 달인으로 불리던 그는 73년에는 세계적인 오일 쇼크를 예측하기도 했다.

가난한 농가의 아들로 태어나 일본군 참모와 시베리아 포로 생활을 거쳐 비즈니스맨이 된 뒤 정·재계에서 맹활약한 격동의 인생은 야마자키 도요코의 베스트셀러 소설인 〈불모지대〉에서 실제 주인공으로 그려져 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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