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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본 최대 영어학원 도산…외국인 강사 4천명 거리로

등록 2007-10-30 18:54수정 2007-10-31 00:36

노바의 인기캐릭터 토끼를 내세운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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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 법정관리…강사 급여 체불
호주·영국 외교문제 비화 조짐
한국과 더불어 원어민 영어 강사들의 ‘천국’으로 불려온 일본에서, 최대 영어회화 학원 ‘노바’가 도산해 외국인 강사 4천여명이 거리에 나앉을 처지에 놓였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 등 주요 신문들은 최근 극심한 경영난을 겪어온 노바가 법정관리에 들어감에 따라 26일부터 전국 800여곳의 노바 학원이 일제히 휴강했다고 보도했다. 강사 및 직원의 임금은 9월부터 체불되고 있으며, 특히 외국인 강사들은 노바 쪽이 급여에서 공제하고 내주기로 한 주택 임대료를 체납해 집까지 비워줘야 할 상황이다.

외국인 강사들이 가입해 있는 일본 전국일반노동조합 외국인분과회에는 실직 강사들의 상담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자국의 일자리를 팽개치고 일본으로 온 이들은 “귀국하려 해도 귀국 비용이 없다” “주택 임대료를 뺀 급여는 얼마 되지 않아 저축한 돈도 없다”며 ‘구제’를 호소하고 있다. 외국어 강사의 경우 ‘인문지식·국제업무’ 비자로 입국·취직했기 때문에, 다른 일자리를 얻는다 해도 분야에 따라 불법 취업이 될 수 있다.

노바는 수강생들이 찾기 쉽게 전철역 앞에 학원을 짓고, 인기 캐릭터 토끼를 내세운 광고(사진)를 통해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노바라면, 많이 들을 수 있고, 많이 말할 수 있고…”로 시작하는 시엠송은 어린아이들도 즐겨 부른다.

그러나 급격한 사업확장과 늘어난 광고비 지출로, 노바는 강사 부족과 급여 체불을 동시에 겪었다. 예상보다 수강생 수도 적어 채산성은 급격히 악화했다. 현재 밝혀진 부채 총액은 500억엔(약 3960억원) 규모지만, 600억~700억엔까지 이를 수 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노바는 수강생 30만명의 수강료 환불도 ‘포기’한 상태다.

일본에 가장 많은 강사들을 ‘수출’한 오스트레일리아·영국 등과는 외교문제로 비화할 조짐도 보인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알렉산더 다우너 외무장관은 “일본에서 졸지에 실업자가 된 1300명의 오스트레일리아인들을 고려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주일 영국대사관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노바 문제 관련 보도가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강사들 사이에서도 고용 상황에 대한 볼멘소리가 나온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에 불평을 늘어놓은 한 캐나다인 강사는 “미국에서 저가 노동력을 제공하는 이주노동자들 신세와 다를 바 없다”며 “99% 가량이 대졸 학력임에도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캐서린 캠벨 노조 대표는 매년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고용 상황을 비판하며 “장기 근무를 생각한다면, 일본에서의 강사 생활은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학교·학원들이 비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필리핀 출신 대졸자를 채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백인 강사들의 설 자리를 좁히고 있다. 일본 방송들은 “금발에 푸른 눈동자를 가진 외국인들이 길거리에 나앉는 게 국제화인가”라고 꼬집었다. 2002년 산업통계 자료는 노바 등 사립 어학원에 등록된 외국인 강사 수가 약 1만5800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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