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범행동기 관련 조사
지난 9일 밤 일본 아오모리현의 한 아파트에서 어머니(43) 남동생(15·중3) 여동생(13·중1) 등 일가족 3명을 칼로 살해하고 불을 지른 혐의로 체포된 장남(18·무직)이 평소 엽기적 만화를 탐독한 것으로 알려져 경찰이 범행동기와 관련여부를 조사중이다. 경찰이 사건 현장인 아파트에서 압수한 여러 종류의 만화책에는 등장 인물이 칼로 목을 찔러 살해하는 등 인기 컴퓨터게임을 만화화한 미스터리물도 포함돼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전했다.
지난해 9월 교토시에서 16살 소녀가 아버지를 톱으로 목을 잘라 살해한 사건 직후 일부 방송사는 이 만화책을 원작으로 한 텔레비전애니메이션에 대해 “사건을 연상시킨다”며 예정된 방송을 취소했다.
장남은 살해동기에 대해 “얘기해도 어차피 알지 못한다. 컴퓨터를 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살해당한 차남은 친구들에게 “2~3년전에 집에 석유를 뿌리고 불을 붙이려 한 적이 있었다. 언제 형한테 죽을지 모른다”고 불안해 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2005년 이후 10건 이상 발생한 청소년들의 가족살해 사건의 배후에는 엽기 만화 및 공포영화 등의 악영향도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5월 후쿠시마현에서는 고3년생이 자신의 어머니 목을 잘라 살해한 뒤 가방에 어머니 목을 넣고 나타나 충격을 줬다. 학교에 등교하지 않은채 공포영화에 빠져있던 범인은 영화를 보는 동안 사람을 죽이고 싶어졌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그의 방에서는 살인을 테마로 한 책과 만화, 공포영화 디비이디 등을 압수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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