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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본서 꼬리 감춘 ‘한류드라마’

등록 2008-01-27 21:34수정 2008-01-27 22:34

도쿄/김도형 특파원
도쿄/김도형 특파원
특파원리포트
일본드라마, 소재·구성 다양
한국은 판타지 일색 식상해

한해가 시작되는 1월은 일본 민방의 드라마 경쟁이 뜨거운 시기이다.

지난 5년간 그해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인 <굿럭>(2003년 티비에스) <프라이드>(2004년 후지텔레비전) <파견의 품격>(2007년 니혼텔레비전) 등은 1월에 나왔다. 올해도 각 민방은 풍성한 화제작을 내놓아, 드라마 소재와 구성방식이 더욱 다채로워진 느낌이다. 특히 시청률 공식에서 벗어나는 실험작이 눈길을 끈다.

지적장애를 앓는 젊은 여성 ‘유주’가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모성의 과정인 <매우 좋아해>(티비에스)는 지난 17일 첫 방송 24시간 뒤 홈페이지 접속건수가 150만건을 기록하는 등 큰 반향을 불렀다. “유주 힘내” “지적장애가 있는 분들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됐다”는 등 댓글이 많았다. 만화가 원작이나, 실제 취재를 통해 구성돼 보는 사람들은 지적장애인의 출산과 육아의 현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나의 희다희남>(후지텔레비전)은 실험작이다. 만년 조역배우인 고히나타 후미오(52)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점부터 심상찮다. ‘세계 제일의 불운한 남자의 기적의 11일간’이란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죽음을 결심한 남자가 큰 사건에 휘말리면서도 또다른 삶을 겪는 과정을 미스터리물로 엮었다.

형사물은 일본에서는 여전히 상당한 흡인력을 자랑한다. 해를 넘겨 방영중인 <짝>(아사히텔레비전)은 콜롬보 타입의 형사와 행동파 형사의 콤비플레이를 통해 지적 즐거움을 자극한다. 현실의 흐름을 포착하는 드라마도 눈길을 끈다. <사이토상>(니혼텔레비전)은 볼썽사나운 행동을 따끔하게 혼내는 주부 사이토의 활약을 통해 ‘튀는 행동’을 용납하지 않고 대세순응을 강요하는 일본 사회풍토를 꼬집어 통쾌감을 전한다.

일본드라마에는 한국드라마에는 넘치는 팬터지의 세계는 별로 없다. 대히트했던 <파리의 여인>(에스비에스)처럼 아무 것도 없는 평범한 여성이 잘생기고 성격까지 좋은 재벌2세로부터 구원을 얻는 식의 신데렐라 이야기는 거의 없다. <태왕사신기>처럼 역사물까지 팬터지로 포장되는 판이다. 한국 시청자들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일드’(일본드라마)와 ‘미드’(미국드라마)에 빠지는 까닭은 시청자들의 다양한 입맛을 한국 드라마가 채워주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반대로 일본 안 한류드라마 붐은 기본적으로 일드에는 없는 강한 갈등구조와 멋진 팬터지를 충족시켜준 데 기인한다. 한류드라마의 팬이 중장년층인 점은 일드가 그동안 이들을 소외시켰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일본 지상파에서 현재 한류드라마를 방영하는 데는 아무 곳도 없다. 2004~2005년 거센 한류드라마 거품은 거의 빠졌다. 판에 박은 이야기 구조로 공장에서 상품처럼 찍어내고, 촬영 당일 허겁지겁 ‘쪽대본’이 배우들에게 전달되는 날림제작으로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빼앗을 수 없다. 국경을 떠나 드라마는 생생한 인간탐구가 전제되지 않으면 재미가 없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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