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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본 “심심할 땐 재판구경 딱이죠”

등록 2008-02-25 20:09

이색취미로 법정 찾는 마니아 늘어
개그맨이 불붙여…재판관 채점도
일본에서 정기적으로 법원을 찾아 재판 광경을 지켜보는 ‘재판 방청 마니아’가 늘어나고 있다. 모임을 만들고 무리를 지어 재판정에 몰려가는 사람들까지 생겨나는가 하면, 방청기를 담은 책도 10권 이상 쏟아져 나왔다. 영화·만화·로봇 등 한가지 분야를 오랫동안 끈질기게 파고드는 일본 ‘오타쿠’ 문화의 한 갈래로 보인다.

재판 방청 붐에 불을 붙인 사람 가운데 한 명은 개그맨 아조잔 다이훈카다. 1999년 지하철 사린가스 살포 사건을 저지른 옴진리교 재판을 계기로 방청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그는 주기적으로 도쿄지방재판소 등을 찾아 다니고 있다고 한다. 4년 전부터는 재판정에 등장한 인간 군상들의 행태를 개그의 소재로 활용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재판대분화>, <피고인 앞으로> 등의 책도 펴냈다. 그는 <도쿄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재판 방청에 흠뻑 빠져들게 된 이유에 대해 “‘세상에 이런 인생도 있구나’ 하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여성 방청객 모임인 ‘안개아이들 클럽’의 한 회원은 “법원담당 기자들을 제외하고 1주일에 한번 이상 도쿄지방재판소에 들르는 방청객이 100명 정도”라고 말했다. 재판 방청이 독특한 취미인 만큼, 마니아 가운데는 독특한 사람이 많다고 한다. 하는 일이 없어 시간 때우기로 법원에 ‘출근’하는 정년퇴직자들 모임이 있고, 성범죄 재판 전문 마니아도 있다.

반면, 재판관의 재판진행 과정을 평가하고 채점까지 하는 진지한 모임도 있다. 1994년 전국 20곳에서 결성된 ‘재판감시 시민모임’의 가나가와 지회는 월 1회 집단 방청 뒤 개선점을 찾아낸다. 재판관이 알기 쉽게 재판을 진행하는지, 목소리는 잘 들리는지, 전문 용어가 지나치게 많진 않은지 등이 평가 기준이다. 재판관 출신인 한 변호사는 “세상이 지켜보고 있다는 의미에서,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방청하는 것이 좋다”며 “다만 개인의 사생활을 캐는 게 아니라 재판관·검찰관·변호사들을 감시하는 기분으로” 방청해줄 것을 당부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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