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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60년간 ‘봉환’ 기다려온 이름…‘조선인 노무자’ 임성열

등록 2008-03-09 19:00수정 2008-03-09 19:29

유골함
유골함
특파원리포트
‘조선인’ 피해자엔 일본정부 딴청만 ‘뼈’로나마 고향길 언제…
도쿄공습 맞을 때 내 나이 스물여섯 유골 된지 어언 63년

8일 오후 일본 도쿄 요코즈나초 공원에 있는 도쿄도 위령당. 공원사무실 직원이 위령당 안쪽 구석에 있는 납골당 진열대에서 작은 유골함 하나를 찾아냈다. 유골함에는 ‘임성열’이라는 이름이 적힌 작은 표찰이 붙어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인 1945년 3월10일 새벽 미군의 도쿄대공습 때 희생된 ‘조선인 노무자’ 임성열(사망 당시 26살)씨의 유골이 사후 63년 만에 확인된 것이다. 도쿄대공습 피해 조선인의 유골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2월말 현재,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원회가 인정한 도쿄대공습 피해자 63명(군속 60명, 노무자 3명) 가운데 유골이 확인된 사례는 없다고 위원회는 밝혔다. 임씨 유가족은 2005년 7월20일 임씨에 대해 강제동원 피해자 신청을 했으나, 아직 판정을 받지 못한 상태다.

도쿄도 위령당의 납골당에는 도쿄대공습에 희생된 조선인 유골이 상당수 안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일만 도쿄조선인강제연행진상조사단 사무국장은 “2006년 ‘도쿄도 위령당 전재사자(도쿄대공습 피해 사망자) 유골명부’에서 조선인 이름을 찾아보았더니, 49명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본적지가 전혀 기재돼 있지 않은데다, 30명은 창씨개명돼 있어 유가족을 찾기가 매우 힘든 실정이라고 그는 말했다.

10일로 도쿄대공습 63년을 맞는다. 올해는 도쿄대공습 관련 드라마 두편과 다큐멘터리 1편이 제작·방송되는 등 여느 해보다 일본인의 피해를 부각시키는 분위기가 한껏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도쿄대공습의 또다른 주요 피해자가 조선인이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8일 도쿄도 위령당에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관련 단체가 주최한 추도행사를 보도한 언론은 전혀 없다.

더욱이 조선인 피해자는 유골 봉환은커녕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돼 있지 않다. 10만명 이상으로 알려진 전체 사망자 가운데 1만여명이 조선인으로 추정될 뿐이다. 당시 미군 폭격기 B-29 300여대가 2시간반에 걸쳐 소이탄 1700발을 집중투하한 스미다·고토구 등 주요 피폭지역은 군수공장과 서민주택이 밀집해 있었다. 군속과 노무자로 끌여온 조선인들 가운데선 이곳 군수공장에서 일하던 사람이 많아 피해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진상규명위가 도쿄대공습 피해자로 인정한 63명 가운데 군속 60명은 유가족도 모르게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것으로 밝혀졌다. 죽어서도 일본의 ‘전쟁신’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도쿄/김도형 특파원
2004년 12월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에서 합의돼 추진 중인 유골반환 작업도 일본 정부의 소극적 자세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난 1월 도쿄의 사찰 우천사(유텐지)에 안치돼 있던 강제징용 조선인 유골 가운데 본적이 한국으로 판명된 유골 101위가 고향으로 돌아간 것이 고작이다. 노무자로 탄광 등에 강제동원된 민간인 신분의 유골은 명부조차 제대로 확보되지 못한 상태다. 진상규명위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은 4월 방일 때 유골반환 문제에 대해 일본 쪽의 성의있는 태도를 촉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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