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품격’ ‘여자의 품격’ 등 이상 판매 현상
요즈음 일본 서점가는 ‘품격’이라는 제목이 붙은 책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도쿄의 대형서점인 ‘마루젠 마루노우치 본점’이 조사한 결과, ‘품격’이란 제목이 붙은 서적이 100여종 가까이 된다. 올해 발매된 것만해도 30권에 이른다. 품격이라는 이름만 들어가면 팔린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 정도다.
‘품격 붐’에 불을 붙인 책은 2005년 11월 출간된 수학자 후지하라 마사히코의 <국가의 품격>(신초사)다. 서양적인 합리주의가 아니라 일본 특유의 무사도 정신이나 정서가 중요하다고 주장한 이 책은 265만권이나 팔리는 대박을 터뜨렸다. 2006년 10월 발매된 반도 마리코의 <여자의 품격>(PHP신서)은 한발 더나가 300만권을 돌파했고,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다룬 제2탄 <부모의 품격>의 판매도 80만권을 넘었다.
이 두 책의 편집자는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솔직히 이 정도로 히트할 줄은 몰랐다. 이렇게 장기간 팔린다니 품격이 일시적인 붐은 아닌 것같다”고 말했다. 품격 붐의 배경에는 ‘일본적인 것’에 향수를 느끼는 최근 일본 사회 분위기에다, ‘따라하기’의 상술이 덧붙여져 있다.
<국가의 품격> <여자의 품격> <기업의 품격> 등은 ‘품격있는 일본인론’을 내세워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에 비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국 상황을 다룬 <한국의 품격>, 음주에 관한 명언이나 시 등을 모은 <술꾼의 품격> 등은 제목 빌려오기의 전형이다. 일본에서는 1990년대 ‘000 수수께끼’라는 제목의 책이 잇따라 출판돼 열풍을 일으킨 적이 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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