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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 극우파 준동과 국제사회

등록 2005-04-25 18:46

올해 85살의 미야자와 기이치 전 일본 총리가 얼마전 구술 회고록을 냈다. 1953년 정계에 입문해 50년 동안 의원을 지낸 일 정계의 산증인이며, 총리·외상·대장상 등 각료직을 18년이나 역임한 미야자와가 2001년부터 10차례, 약 20시간에 걸쳐 입으로 전한 일본 전후 정치외교의 기록이라고 한다.

지금도 시험공부하는 마음으로 호주머니에 평화헌법을 복사해 넣어 다닌다는 자민당 개헌 반대파의 상징 미야자와가 전후 일본의 60년을 돌아보며 최대의 전환점으로 꼽은 게 1960년 안보투쟁이다. 그는 미-일 안보조약의 개정에 반대해 일어난 투쟁이 “전후 일본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전기”라며, 안보조약 자체의 개정 여부가 아니라 안보투쟁 과정에서 솟구쳐나온 일본의 국민적 에너지를 높이 평가했다.

안보투쟁이 일본 현대사에 큰 획을 그은 사건이라는 데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 에이급 전범인 기시를 비롯해 패전 이후 추방당한 강경 우파가 전전 군국주의로 회귀를 시도하다 좌절됨으로써 일본의 전후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안보조약은 우여곡절 끝에 통과됐지만, 사태의 책임을 지고 기시 내각은 총사퇴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이후 집권 자민당에서 온건세력이 정국 주도권을 쥐게 됐다.

그로부터 45년이 지난 지금 일본에선 또다시 강경우파의 ‘역사 되돌리기’ 책동이 한창이다. 그 때 주저앉았던 강경 우파의 총공세가 재점화한 것이다. 자민당 기시 파벌을 이어받은 모리파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이 선두에 섰고, 기시의 외손자 아베 신조 자민당 간사장 대리는 전방위 공격수로 활약 중이다.

당시 정황과 비교할 때 중대한 차이로, 이들 강경 우파의 움직임이 국제적 현안으로 부각된 점을 들 수 있다.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기도와 맞물려 이들의 역사인식 문제가 ‘국제화’한 것이다. 안보투쟁 때와 같은 일본의 국민적 에너지는 이미 사그라든 지금 일본 문제의 국제화에는 바람직한 측면이 크다. 국제사회는 국제평화에 대한 기여를 외치기에 앞서 주변국의 신뢰부터 얻을 것을 일본에 주문하면서 일본의 역사인식에 의구심을 높이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가 지난 주말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벽장 속에 쳐박아둔 낡은 사진과도 같았던 ‘무라야마 담화’를 끄집어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23일 사설을 통해 최근 중-일 관계 악화의 책임을 중국 쪽에 돌리고, 중국이 교과서 문제를 과장했다며 일본에 사실상 ‘면죄부’를 준 데서 볼 수 있듯이 상황이 결코 녹록하지는 않다. 입으로만 반성·사죄를 되뇌면서 침략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교과서 왜곡을 일삼는 일본 강경 우파의 허구성을 국제사회에 입증하는 일은 시위를 넘어 정교한 국제 홍보·설득 전략을 필요로 한다. 특히 반일 연대를 꾸려온 중국이 일본과 지역패권을 다투는 경쟁국이라는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을 고려할 때 이런 책무는 상당 부분 한국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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