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조 히데키
도조 히데키=2차대전 A급 전범
2차 세계대전 개전 당시 일본 총리 겸 육군대장으로 전후 에이급 전범으로 처형된 도조 히데키(1884~1948·사진)가 종전결정에 반발하고 패전의 책임을 전가하는 내용을 적은 종전 직전의 수기가 발견됐다.
1945년 8월10일부터 14일까지 닷새까지의 상황을 적은 도조 히데키의 수기는 국립공문소관에 소장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2일 전했다. 그는 이 수기에서 종전을 결정한 포츠담 선언 수락에 이르게 된 배경에 대해 “국정지도자 및 국민들이 혼이 없기 때문”이라고 거론하는 등 책임을 전가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도조의 종전 즈음 수기가 존재한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수기에서 “굴욕평화, 굴욕항복” “신폭탄(원자폭탄)에 겁을 먹고 소련의 참전에 꽁무니를 뺐다”는 등 당시 스즈키 간타로 총리 등 지도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재판 대책과 같이 논지가 명쾌하게 쓰여진 것이 아니라, 본심이 그대로 드러난만큼 전쟁을 지휘한 인물의 시야의 협량과 인식의 안이함이 잘 드러나는 문서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현대사 연구가인 작가 호사카 마사야스는 신문과 인터뷰에서 “도조의 주장대로 전쟁이 계속됐다면 미군의 파괴공격, 소련군의 홋카이도 상륙과 뒤이은 참화는 이루 헤아릴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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