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일본

[특파원리포트] 조선인 전쟁 희생자 추도

등록 2008-08-24 21:26수정 2008-08-25 01:12

도쿄/김도형 특파원
도쿄/김도형 특파원
일본의 ‘풀뿌리 평화운동’
메구로구 주민들 20년째 행사
“유해 송환, 일본이 해결할 문제”

일제 때 강제징용됐다 숨진 조선인 출신 군인·군속 유해 101위의 봉환식이 거행된 지난 1월22일 일본 메구로구의 도심 사찰 유텐지(우천사). 이날 봉헌식에 참석하려던 스즈키 마사(67) 등 50~60대 일본 여성 5명은 가급적 행사를 소리 소문 없이 치르려는 일본 정부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들은 봉환식 뒤 유가족을 태운 버스의 문을 두드리며 마음을 전했다. “메구로구에 사는 평범한 주민들이 평화를 염원하고 전쟁 희생자들의 유해가 하루라도 빨리 조국에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합니다.”

봉환식을 지켜봤던 이들 메구로구 주민들은 8월22일 저녁 유텐지에 모였다. 해마다 이날 치러온 ‘조선인 전쟁희생자 추도모임’의 스무번째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일본의 종전기념일이자 한국의 광복절인 8월15일이 아니라 일주일 뒤에 추모 모임을 여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우키시마호 사건과 관련된 날이자 한-일 병합의 날을 잊지 말자는 뜻이다. 우키시마호 사건은 1945년 8월22일 조선인 징용자와 그 가족들 3700여명을 싣고 한국으로 귀국하던 일본 해군 특무함 우키시마호(4730t)가 이틀 뒤 의문의 침몰로 일본인 승조원 25명 등 549명이 숨진 사건이다. 280구의 관련 유해는 아직도 귀국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추도모임을 준비해온 고바야시 기헤이 수도대학 교수는 “추모 모임에 대해 한국 사람들이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유골 문제는 일본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일본의 전쟁’에서 희생되고서도 일본 정부가 전후 처리를 제대로 못해 유해마저도 돌아가지 못했기 때문에 일본의 문제라는 인식이다. “유텐지 등 메구로구에도 전쟁의 흔적이 많다. 유텐지는 일본인에게 가해자의 역사이자 식민 청산의 문제이다.”

메구로구의 주민들이 시작한 추도모임은 국적과 사상, 신념을 떠나 하나가 되어보는 실험의 장이다. 몇 해 전부터 행사에 참여해온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과 재일조선인총연합회(총련)의 관계자들은 이날 20회 행사에도 여럿 모습을 보였다. 스즈키 마사는 “2차 행사에서 따로따로 앉는 모습을 보고 이들 사이에 아직 울타리가 있는 것처럼 느꼈다”고 아쉬움을 보였다.

추도모임의 실행위원으로 참여하는 재일동포 김창진씨는 “한민족도 아닌 일본인들이 국적과 사상을 떠나 위령제를 지내준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좋은 일본인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8월 한달 동안 공영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이 내보낸 각종 2차 세계대전 관련 다큐멘터리에서도 ‘일본의 과거’를 응시하려는 노력이 확인된다. 일제가 중-일 전쟁에 저지른 난징학살과 관련한 생생한 증언이나 자료 발굴, 옛 일본군이 아편을 경작 판매했다는 내용, 조선인 출신 전범들의 기막힌 삶 등이 소개됐다.

8월15일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서는 일본 국가주의와 우익의 열기가 충만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일본 풀뿌리 평화운동의 8월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