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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이사람] 도둑맞은 문화유산, 달라지도 못해서야

등록 2008-10-13 18:18수정 2008-10-13 19:15

김창진(63·사진)
김창진(63·사진)
일제반출 문화재 찾기 나선 재일동포 김창진씨
3년전 도쿄서 고향 향교방 석탑 발견
“반출 100년째인 2018년까지 찾을것”
일본생활 33년, 한-일 교류활동 적극

일본 도쿄에 사는 재일동포 김창진(63·사진)씨는 15년 전쯤 고향 이천의 친구로부터 “우리 향교에 있던 석탑을 일본 도쿄의 공원 어디선가 보았다는 사람이 있는데 한번 찾아보라”는 연락을 받았다. 김씨는 우에노공원과 주위의 절들을 이잡듯이 뒤졌으나 결국 못 찾고 말았다. 그러다 2005년 9월 <이천신문>에서 석탑 관련 기사를 보고 다시 석탑찾기에 나섰다.

수소문 끝에 어느 호텔에 있다는 ‘정보’를 들은 그는 “도쿄 시내에 석탑이 있을만한 곳은 오쿠라 호텔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호텔의 사설 박물관인 ‘집고관’을 살펴보니, 앞쪽에 있는 8각 5층석탑보다는 뒤쪽의 5층석탑이 한눈에 띄였다. 바로 이천 향교방 5층석탑이었다. “어릴 때 헤어졌던 형제가 수십년 만에 만나도 금방 알아보듯 한번도 본적이 없는 석탑이건만 이것이로구나 하는 감이 왔다.”

그 길로 그의 향교방 5층석탑 반환운동이 시작됐다. 그는 우선 이천신문에 사진과 함께 석탑의 존재를 알렸다. 하지만 “말은 옳지만 정말 반환이 되겠느냐”며 국내 반응은 뜨뜨미지근 하기만 했다. 그는 “석탑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후손들이 문화재를 빼앗긴 선조들도 못났지만, 되돌려달라는 말 한마디도 못한 ‘우리’를 더 욕할 것”이라고 설득했다.

때마침 <문화방송> 프로그램 ‘느낌표’에서 문화재 반환운동을 하면서 향교방 석탑의 당당한 자태를 전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결국 올 8월16일 이천문화원 등 24개 단체로 구성된 ‘석탑반환을 위한 범시민운동추진위’가 꾸려져 지난달 오쿠라 호텔을 방문하기에 이르렀다. “1965년 한-일 협정에 따라 반출문화재의 반환은 매우 힘든 게 사실이다. 그래도 장기적으로 꾸진하게 추진하면 반출 100년이 되는 2018년 이전에는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인수 이천문화원 사무국장이 밝힌 향교방 석탑의 반출 내력은 지난 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조선총독부는 치적을 자랑하고자 조선물산공진회라는 박람회를 열면서, 안흥사지 5층 석탑과 함께 이 석탑을 행사장인 경복궁으로 옮겨갔다. 현 오쿠라 호텔의 창설자이며 군납재벌로 정치적 실세였던 오쿠라 기하치로는 수하인 사카다니 요시로를 시켜 조선총독에게 평양역전에 있던 6각 7층석탑을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러자 총독은 왕래가 빈번한 곳에 있는 석탑의 이전은 곤란하다며 대신 이 석탑을 주었다. 이런 뒷거래 끝에 석탑은 18년 10월 인천항을 통해 일본으로 건너왔다.

김씨는 77년 도쿄에서 열린 아타카콜렉션의 이조백자 특별전시회에서 일제 때 반출된 우리 문화재의 실상을 알게 됐다. “한국에서도 볼 수 없는 백자가 엄청나게 많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나?” 그후 그는 도쿄 국립박물관, 일본민예관, 도쿄박물관 등을 찾아다니며 보유한 한국문화재를 소개하는 기사를 투고하며 국내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오랜 펜팔 끝에 결혼한 일본인 부인을 따라 75년 일본으로 건너온 그는 민단에서 18년간 사업부장 등으로 일한 뒤 자신이 사는 메구로구의 지역사회 풀뿌리운동에 적극 참여하며 한-일간 교류와 이해 증진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스게카리주 구민회의 부회장과 비영리법인인 ‘스게카리네트 21’ 부이사장의 직함을 가지고 있는 그는 2001년 부인이 강사로 근무하는 가나가와현립 학산고교와 이천 제1고교간 자매결연을 성사시켜 상호방문의 물꼬를 트는 데 기여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에는 도쿄도 관광자원봉사위원으로 활동하며 도쿄 도내 공공 장소에 한글과 중국어 안내 병기를 제안해 채택되기도 했다.

또 20년 가까이 매년 8월이면 강제징용됐다 숨진 조선인 유골이 안치돼 있는 도쿄 도심사찰 유텐지에서 일본 시민들과 함께 위령제를 지내며 유골 반환운동도 펼치고 있다.

도쿄/글·사진 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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