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무역흑자 85% 뚝…자동차·철강 ‘줄감산’
세계 금융위기 여파 속에 한동안 잘나가던 일본 경제도 급속한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유럽의 경기침체와 엔 가치의 급상승으로 일본 경제를 이끌어온 수출전선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기업들 채산성이 크게 떨어지고 감산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23일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2008년도 무역흑자액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85.6% 줄었다. 대미, 대유럽 수출 부진과 원유값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입이 크게 증가한 탓이다.
특히 2005년 하반기 이후 계속 두자릿수 상승세를 보였던 대중국 수출액은 9.5%로 크게 둔화됐다. 일본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인 소니는 2008 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의 영업이익 규모가 전년도에 비해 58% 감소한 2천억엔에 그칠 전망이라고 23일 발표했다. 금융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유럽시장의 디지털카메라와 평면텔레비전 등 수요가 감소한데다, 주가하락과 엔화가치 상승한 탓에 수익 악화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자동차와 철강산업을 중심으로 감산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닛산은 11월 이후 규슈 공장에서 스포츠용 다목적자동차 생산을 20% 줄일 계획이다. 지난달부터 이미 감산에 돌입한 도치키현 공장에서도 고급차 브랜드 ‘인피니티’의 생산량을 더 줄인다. 도요타는 지난 8월부터 미국 3개 공장의 조업을 일시 중단했다. 혼다도 8월부터 시작한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감산을 내년 3월까지 계속한다.
엔화 가치의 급격한 상승도 일본경제의 발목을 잡는 큰 요인이다. 특히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가 심각한 유로화가 크게 떨어지면서, 유로화에 대한 엔화 가치는 이번주 들어 23일 현재 7.8%나 상승했다. 달러화에 대한 가치상승(3.3%)보다 두배 이상 크다. 지난 7월23일 1유로에 169.97엔이었던 엔화는 23일 22% 상승한 123.40엔까지 올랐다.
유로화 약세로 유럽 매출이 많은 일본 제조업체의 주가 하락이 두드러졌다. 유럽에서의 매출 비중이 28%에 이르는 스즈키는 23일 증시에서 한때 전날 종가보다 14%나 떨어지기도 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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