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제’ 불만품은 연쇄테러 가능성
일본에서 17~18일 후생노동성 사무차관을 지낸 퇴직 공무원 및 부인 등 3명이 택배 배달부로 가장한 괴한 등에게 피습당해 2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은 강도의 흔적이 없는 점 등으로 미뤄 연쇄 테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에 나섰다. 18일 오후 6시30분께 도쿄도 나카노구에 사는 전 후생사무차관 요시하라 겐지(76)의 자택 현관 앞에 부인 야스코(72)가 택배 배달부로 가장한 남성에 의해 가슴 등을 흉기로 찔려 중상을 입었다. 앞서 이날 오전 사이타마현 사이타마시 미나미구에서는 전 후생사무차관을 지낸 야마구치 겐히코(66)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웃주민은 전날 저녁 다투는 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해 사건이 17일 저녁에 발생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두 사건의 피해자 온몸에는 여러 군데 깊은 상처가 남아, 범인이 강한 살의를 품은 것으로 보인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현재의 기초연금제도를 창설한 1985년의 연금법 개정 당시 요시하라는 연금국장을, 야마구치는 연금과장을 각각 맡고 있었다. 경찰은 야마구치 부부의 경우도 범인이 택배 배달부를 가장해 현관에 침입해 살해한 의혹이 있다는 점에서 두 사건이 후생노동성 전 간부를 노린 연쇄테러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18일 저녁 총리실 위기관리센터에 정보연락실을 설치하는 한편, 19일 0시 후생노동성 홈페이지에 게재된 간부 350명의 이름과 직책이 담긴 명부를 삭제했다. 앞서 후생노동성 현·퇴직 간부들에게 택배 배달 등에 주의할 것을 당부하고 경찰 당국에 이들의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아소 다로 총리는 19일 아침 일과처럼 행하던 사저 주변 산책도 중단했다.
일본에서 고위급 관료 출신자를 겨냥한 연쇄 테러로 보이는 사건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와무라 다테오 관방장관은 19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두 사건의 연관관계는 불분명하나 경찰은 연속 테러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