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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특파원리포트] 어느 반골기자의 죽음

등록 2008-12-07 19:48

미야타 히로토(66·사진)
미야타 히로토(66·사진)
식민통치 미화한 부친 비판·‘DJ납치’ 취재중 신문사 사표
“미야타는 식도암으로 입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이메일이 도착한 것은 지난 5월5일이었다. 지난해 8·15 특집 연속 인터뷰 기사를 통해 <한겨레>에 소개한 미야타 히로토(66·사진) 전 <아사히신문> 기자로부터 온 소식이었다. 일제시대 같은 신문 출판국 기자였던 아버지가 펴낸 조선식민통치 미화 화보집 <싸우는 조선>에 비판적 해설서를 붙여 재출간한 것에 대한 인터뷰였다. 그는 암투병 요양중이던 2002년 출판된 지 57년이 된 이 책을 우연히 발견하고, “조선문제에 계속 관계해온 자식으로서 어떤 형태로든 결말을 내야 한다”는 생각에서 재출간에 착수했다. 그는 100권이 넘는 자료 섭렵, 관계자 취재 등으로 과거 5년간 혼신을 다했다. 그리고 암이 재발했다.

6월 문병을 갔을 때는 식도암은 깊숙히 진행됐다. 대수술을 목전에 뒀으나, 한국 촛불시위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해 관심과 애정은 여전했다. 앞서 4월 한승헌 변호사의 일본어판 <분단시대의 법정> 출판기념회 때 입원치료로 참석을 못하니 사진을 찍어 보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1971년, 일본 언론인으로는 처음으로 김일성 북한 주석을 인터뷰해, ‘주체의 나라, 북한’이라는 연재 기사를 썼다. 77년 신문 연재 기사를 모아 <65만인-재일조선인>을 출간했다. 그는 사건발생 때부터 추적한 ‘김대중 납치사건’과 관련한 한국출장으로 회사와 갈등 끝에 94년 사표를 내던졌다. 그는 끝까지 현장을 중시하는 기자 정신을 유지하고자 했다.

그의 사망 소식은 지난 11월 말 <싸우는 조선>을 출판한 신칸사의 고이삼 사장(재일동포)이 출판사 운영난을 타개하고자 개업한 도쿄 이치가야 한국 음식점에서 들었다. “대수술을 했으나 결국 회복하지 못하고 지난 9월에 세상을 떴다”고 고 사장은 전했다. 타협을 모르는 반골기자의 말년은 불운했고 쓸쓸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도쿄/김도형 특파원
고 사장은 “워낙 바른 소리를 직설적으로 내뱉는 성격이라 주위의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갔다”면서 “문병오는 사람도 별로 없어 고인이 많이 쓸쓸해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주위에 알리지 말고 가족장으로 조용히 치르라”고 유언을 남겼다. 고 사장도 장례 뒤 부음소식을 전하는 편지를 받고서 알았다.

고 사장은 “미야타 기자가 한반도 문제에 대해 전력투구한 보기드문 저널리스트인 점을 감안해 2월중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모아 추모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음 속에 찜찜하게 남아있던 아쉬움과 후회가 더 크게 밀려왔다. 그는 “소개해줄 사람이 있으니 한번 더 문병오겠느냐”고 전화했다가, 나중에 “오기로 한 사람의 문병이 취소됐으니 안와도 된다”고 취소했다.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한국의 민주화를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했던 반골기자와 생전 마지막 작별인사를 나눌 기회를 영영 놓쳐버린 것이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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