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무라 히로시(사진)
‘홈리스 중학생’ 지은이 다무라 히로시
14년전 가족 해체…풍찬노숙 솔직담백 담아
225만부 베스트셀러…“희망 느끼고 힘 솟길” “보는 바와 같이 무척 유감스럽게도,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됐습니다. 매정하다는 건 알지만, 앞으로는 각자 알아서 열심히 살아 주세요. 해산!!”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종업식 날, 파산해 살던 집까지 압류당한 아버지는 온 식구를 모아놓고 돌연 가족해산을 선언했다. 이때부터 14살 다무라 히로시(사진)의 처절한 노숙생활이 시작됐다. 인근 공원에서 미끄럼틀을 지붕 삼아 자고 때론 풀과 골판지를 뜯어 먹으며 배고픔을 달래야 했다. 아버지, 형과 누나도 각각 자기 흩어져 자력으로 어떡하든 살길을 찾아야 했다. 그로부터 14년 뒤인 2007년 9월 다무라의 체험담은 <홈리스 중학생>이란 책으로 묶였다. 고교 졸업 뒤 개그맨(2인조 기린)이 돼 노숙 경험을 바탕으로 한 ‘빈곤개그’를 선보이며 이럭저럭 이름을 알리고 있던 그는 유명해지면 아버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 출판사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초판 8천부만 팔려도 다행이라 여겼던 책은 출판 2개월 만에 100만부를 돌파하더니 지난해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단행본으로 선정됐다. 올 들어서도 11월 말 현재 225만권의 판매부수를 자랑하고 있다. 지난 7월 후지텔레비전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진 데 이어 영화로도 나와 인기리에 상영 중이다. 다무라의 형도 10월 자신의 체험을 담은 <홈리스 대학생>을 펴냈다. 지난 10월 말 국내에서도 씨네21북스를 통해 ‘다무라의 이야기’가 번역출판됐다. 취재를 신청한 지 1년 만인 지난달 28일 도쿄 신주쿠 요시모토흥업의 공연장에서 국내 언론으론 처음 그를 만났다. 인터뷰 내내 눈을 마주하지 못할 정도로 수줍어하는 그에게서 개그맨답지 않은 순수함과 솔직함이 묻어났다. 한 방송사에서 제작한 아버지찾기 프로그램을 통해 극적으로 아버지와 만난 그는 “책이 많이 팔린 것보다 더 기쁘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연금과 아르바이트 생활로 겨우겨우 생활하고 있었다. 그동안 아버지가 무책임하고 원망스럽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버지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라며 오히려 이해를 표시했다. 한편으론 “개그맨 이미지보다 작가로서 이미지가 커져버려 예전처럼 빈곤개그 같은 소재가 더는 먹히기 힘든” 유명세는 그에게 부담이 되는 듯했다. 일본 사회에서 별로 유명하지 않은 개그맨의 자서전이 이렇게 많은 눈길을 사로잡은 요인은 무엇일까. 여러 차례 캐물었으나 그에게선 속시원한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문장력 같은 것은 지금 다시 읽어도 한심하다는 느낌이다. 중학생 수준에도 못 미치고 표현도 특별한 게 없다. 혹시 읽기 쉬운 것이 오히려 팔리는 요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계상황에서도 자신의 상황을 과장하지 않고 때론 경쾌하게까지 그려낸 책 속의 14살 다무라와 28살 개그맨 다무라는 별로 다르지 않았다. 길지 않은 만남을 통해 그의 책이 왜 이렇게 많은 일본 사람들에게 읽히는지 짐작할 수는 있었다. 가족간의 정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노숙생활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준 친구 부모의 도움을 잊지 못하는 그의 마음자리가 가족해체가 심화되고 점점 각박해지는 일본 사회를 울린 것이다. 한국의 젊은 독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부탁하자 “아버지에게 집을 사 드리고 싶은데 일본에서는 인세를 70%나 떼여서 충분치 않다. 한국에서도 많이 읽혀 집 사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개그맨다운 익살과 함께 진지함을 잊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희망이나 꿈, 저력같은 것을 느끼고 힘이 솟는다면 좋겠고요.” 도쿄/글·사진 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225만부 베스트셀러…“희망 느끼고 힘 솟길” “보는 바와 같이 무척 유감스럽게도,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됐습니다. 매정하다는 건 알지만, 앞으로는 각자 알아서 열심히 살아 주세요. 해산!!”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종업식 날, 파산해 살던 집까지 압류당한 아버지는 온 식구를 모아놓고 돌연 가족해산을 선언했다. 이때부터 14살 다무라 히로시(사진)의 처절한 노숙생활이 시작됐다. 인근 공원에서 미끄럼틀을 지붕 삼아 자고 때론 풀과 골판지를 뜯어 먹으며 배고픔을 달래야 했다. 아버지, 형과 누나도 각각 자기 흩어져 자력으로 어떡하든 살길을 찾아야 했다. 그로부터 14년 뒤인 2007년 9월 다무라의 체험담은 <홈리스 중학생>이란 책으로 묶였다. 고교 졸업 뒤 개그맨(2인조 기린)이 돼 노숙 경험을 바탕으로 한 ‘빈곤개그’를 선보이며 이럭저럭 이름을 알리고 있던 그는 유명해지면 아버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 출판사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초판 8천부만 팔려도 다행이라 여겼던 책은 출판 2개월 만에 100만부를 돌파하더니 지난해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단행본으로 선정됐다. 올 들어서도 11월 말 현재 225만권의 판매부수를 자랑하고 있다. 지난 7월 후지텔레비전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진 데 이어 영화로도 나와 인기리에 상영 중이다. 다무라의 형도 10월 자신의 체험을 담은 <홈리스 대학생>을 펴냈다. 지난 10월 말 국내에서도 씨네21북스를 통해 ‘다무라의 이야기’가 번역출판됐다. 취재를 신청한 지 1년 만인 지난달 28일 도쿄 신주쿠 요시모토흥업의 공연장에서 국내 언론으론 처음 그를 만났다. 인터뷰 내내 눈을 마주하지 못할 정도로 수줍어하는 그에게서 개그맨답지 않은 순수함과 솔직함이 묻어났다. 한 방송사에서 제작한 아버지찾기 프로그램을 통해 극적으로 아버지와 만난 그는 “책이 많이 팔린 것보다 더 기쁘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연금과 아르바이트 생활로 겨우겨우 생활하고 있었다. 그동안 아버지가 무책임하고 원망스럽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버지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라며 오히려 이해를 표시했다. 한편으론 “개그맨 이미지보다 작가로서 이미지가 커져버려 예전처럼 빈곤개그 같은 소재가 더는 먹히기 힘든” 유명세는 그에게 부담이 되는 듯했다. 일본 사회에서 별로 유명하지 않은 개그맨의 자서전이 이렇게 많은 눈길을 사로잡은 요인은 무엇일까. 여러 차례 캐물었으나 그에게선 속시원한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문장력 같은 것은 지금 다시 읽어도 한심하다는 느낌이다. 중학생 수준에도 못 미치고 표현도 특별한 게 없다. 혹시 읽기 쉬운 것이 오히려 팔리는 요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계상황에서도 자신의 상황을 과장하지 않고 때론 경쾌하게까지 그려낸 책 속의 14살 다무라와 28살 개그맨 다무라는 별로 다르지 않았다. 길지 않은 만남을 통해 그의 책이 왜 이렇게 많은 일본 사람들에게 읽히는지 짐작할 수는 있었다. 가족간의 정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노숙생활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준 친구 부모의 도움을 잊지 못하는 그의 마음자리가 가족해체가 심화되고 점점 각박해지는 일본 사회를 울린 것이다. 한국의 젊은 독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부탁하자 “아버지에게 집을 사 드리고 싶은데 일본에서는 인세를 70%나 떼여서 충분치 않다. 한국에서도 많이 읽혀 집 사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개그맨다운 익살과 함께 진지함을 잊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희망이나 꿈, 저력같은 것을 느끼고 힘이 솟는다면 좋겠고요.” 도쿄/글·사진 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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