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토 에이사쿠 “미국, 중국에 핵 보복 기대”
사토 에이사쿠 전 일본 총리가 중국의 첫 핵실험 3개월 뒤인 1965년 1월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일본과 중국간) 전쟁이 발생하면 미국이 즉각 핵 보복을 하길 기대한다”며 핵전쟁을 용인하는 발언을 했다고 일본 언론이 22일 일제히 보도했다. 사토 총리는 핵 보유, 반입, 제조를 금지한다는 비핵 3원칙을 내세워 1974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사토 전 총리는 린든 존슨 당시 미국 대통령 정권의 로버트 맥나마라 국방장관과 회담에서 “(일본이) 육상에 핵무기 시설을 만드는 것은 간단치 않지만 미국이 해양에서라면 (핵탑재 함선에서 핵공격을) 곧바로 발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1960년 미-일 안보조약개정 때 체결된 밀약을 보면 ‘해양’은 함선을 가리키며, 핵을 탑재한 미 함선의 기항은 미-일간 사전협의가 불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내용은 일본 외무성이 22일자로 공개한 외교문서에서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맥나마라 장관은 중국의 핵실험에 대해 “앞으로 2~3년은 사태 전개를 주목할 만하다. 일본은 앞으로 핵무기 개발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사토 총리는 “기술적으론 물론 핵폭탄을 만들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라면서도 “일본은 핵무기의 소유, 사용은 어디까지나 반대”라며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존슨 대통령은 미-일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일본에 대한 핵우산을 보증해 달라는 사토 총리의 요청에 “내가 보증한다”고 확인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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