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 돌입…새사장 도요타 3세 “전면개혁 필요”
창사 이래 첫 영업적자를 발표한 도요타자동차는 대표이사를 교체해 14년 만에 창업주 일가 체제로 복귀한다. 동시에 내년 설비투자 규모를 1조엔 이하로 대폭 줄이는 등 비상경영 체제로 돌입한다.
“창업주 친정체제로 위기돌파” 도요타는 2008회계연도 1500억엔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와타나베 가쓰아키(66) 사장을 물러나게 하고 내년 4월 창업주의 손자인 도요타 아키오(55)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격할 방침이라고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23일 보도했다. 도요타가 적자를 낸 것은 영업실적 기록이 남아있는 1941년 이후 처음이다.
이번 인사는 창업주 친정체제로 사내의 결속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도요타 부사장은 창업주인 고 도요타 기이치로의 손자이다. 2005년 6월 부사장으로 승격돼 상품기획과 조달 등을 담당한 뒤 2008년 6월부터 국내외 영업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는 등 후임사장 후보 1순위로 꼽혔다. 도요타 부사장은 지난 11월 “눈앞의 경비삭감도 필요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발본색원적인, 개혁에 가까운 것을 할 각오가 필요하다”고 말해,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당장 생산·판매 1위를 겨냥했던 확대 노선의 탈피가 눈에 띈다. 올 회계연도 1조4천억엔 이상이 예상되는 설비투자 규모를 내년엔 1조엔 이하로 대폭 줄일 방침이다. 전 세계 77개 생산 라인 중 16개 라인의 2교대 근무체제를 절반으로 단축한다. 비정규직 인원도 내년 3월까지 3천명으로 줄여 1년 전에 견줘 6천명, 11월 기준으로 1700명 감축한다. 1999년 이후 2007년까지 해마다 45만대씩 생산대수를 늘려온 도요타의 확대노선에 대한 자기반성이다.
극심한 판매부진과 엔강세 도요타의 첫 적자는 2007년 2억2703억엔으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내며 사실상 세계 1위로 등극한 지 불과 1년 만이다. 금융위기에 따른 극심한 판매부진 탓이다. 미국 판매는 27% 줄어 217만대, 유럽은 18% 감소한 104만대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824만대의 전체 판매예상대수는 754만대로 크게 줄었다. 5700억엔의 이익 감소 요인이 발생해 2008 회계연도 상반기에 벌어들인 5820억엔의 흑자를 완전히 날려버렸다. 금융위기 여파가 얼마나 강력한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애초 1달러=100엔 정도로 상정했던 엔환율도 90엔대로 크게 높아지면서 2000억엔 가량의 추가 손실을 발생시켰다.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12개사의 올해 생산 감축량은 전년 전체 생산의 10%인 230만대에 달한다. 파견사원 등 비정규직 감축인원은 1만7천명에 이를 전망이다. 일본 국내생산 감산(약 100만대)에 따른 국내생산액의 감소는 1조7천억엔. 부품업체와 철강, 광고업체 등에 끼치는 파급효과를 포함하면 그 3배로 일본 경제 전체에서 5조3천억엔의 생산이 줄 것이라는 계산도 나온다.
도쿄/김도형 특파원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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