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당시 “유렵·공산당이 전쟁 원인” 등 자기변호만 가득
지난 23일은 2차대전 뒤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서 사형판결을 받은 A급 전범 7명이 사형집행된 지 60년이 되는 날이다. <아사히신문>은 24일 태평양전쟁 개시 당시 총리였던 도조 히데키 등 A급 전범 15명이 변호단 앞으로 제출한 자필 의견서 복사본을 국립공문서관에서 입수해 공개했다.
신문은 “A급 전범들의 육성에는 태평양전쟁은 자위의 전쟁이었다고 주장하거나, 자신은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정당성을 주장하는 모습이 엿보인다”면서 “전쟁으로 많은 희생자가 나왔으나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언급하는 기술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도조 히데키(사형집행) 전 총리는 전쟁의 진짜 원인은 유럽의 동아시아에 대한 반식민지적 정책의 영향과 세계의 ‘적화’를 꾀하는 공산당의 책동이었다며 자신의 정권 아래서는 아시아 각국과 대등한 입장이었다고 주장했다. 원폭 투하 등 전승국의 ‘계획적 대량학살’을 재판하지 않는 불공평도 추궁하도록 호소했다. 그는 또 중국과 일본이 전면전쟁의 계기가 됐던 노구교 사건 이후 대중정책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바로 직전의 정권에서 정책을 수립했다며 변명했다.
일제 괴뢰정부인 ‘만주국’ 건설로 이어지는 공작을 맡아 주민학살 혐의로 사형에 처한 봉천특무기관장 도비하라 겐지는 “전쟁을 부당하다며 작전을 거부하는 것은 분명히 반역자가 되는 것 아니냐”라며 명령계통의 흐름을 따랐을 뿐이라고 발뺌했다.
변호단 사이에서도 전쟁은 자위를 위한 것이었다며 힘을 합쳐 주장해야 한다는 ‘국가변호파’와 이에 반발하는 외무성 출신의 ‘개인변호파’로 나눠져 주먹다짐 일보직전까지 갔다고 신문은 전했다. 1946년 5월~1948년 11월 열린 도쿄재판에서는 일본의 군부지도자와 총리 등 28명이 A급 전범으로 기소됐다. 도조 히데키 등 7명은 사형, 16명이 종신금고형, 2명이 유기금고형을 받았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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