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정권의 주요 아시아정책 담당자
커트 캠벨 등 일본 사정 밝은 인사 대거 등용
‘중국만 중시’ 여론 의식…‘북핵문제’ 특사 신설
‘중국만 중시’ 여론 의식…‘북핵문제’ 특사 신설
20일 출범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차기 행정부의 대아시아 정책을 담당할 인선의 윤곽이 9일 드러났다.
일본 쪽은 지일파가 대거 기용된 것으로 분석하며, 빌 클린턴 민주당 정권 시절의 ‘중국 중시, 일본 경시’ 정책이 오바마 정권에서도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애초의 우려를 씻어내는 분위기이다.
차기 주일 대사에는 민주당의 지일파 중진으로 국방력 외에도 문화의 힘 등을 중시하는 ‘스마트파워’론의 주창자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전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국방차관보)를 내정했다고 일본 언론이 9일 일제히 보도했다. 국무·국방부의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에는 각각 커트 캠벨 전 국방차관보 대리와 워레스 그래그슨 전 해병대 장성 등 일본에 정통한 인사를 기용했다. 나이 교수는 1994~1995년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국방차관보를 역임하며 미군의 오키나와 소녀 성폭행사건의 후속 처리하는 등 일본 사정에 밝다는 평을 듣고 있다.
캠벨 신임 국무차관보는 클린턴 정부 시절인 1995년 국방차관보 대리로 근무하면서 오키나와 소녀폭행사건과 1996년 미-일 신안보공동선언 작업에 직접 관여했다. 그래그슨 신임 국방차관보는 캠벨 차관보 대리 밑에서 아시아·태평양 문제를 함께 다뤘다. 오키나와 주둔 경험이 길고 미군기지 문제에도 정통하다.
오바마 정권에서는 북핵 문제를 담당하는 별도의 특사 자리가 신설될 것으로 알려져, 캠벨의 활동 폭은 크리스토퍼 힐 현 차관보에 비해 훨씬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힐 차관보가 북핵 문제에 깊이 관여해 다른 아시아 문제에 대처할 여유가 없었다는 지적에 따라, 북한 문제는 특사에게 전담시키고 캠벨은 대중·대일 문제에 많은 시간을 쏟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바마 진영이 중국과 일본, 어느 한쪽에 기울었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는 고심의 흔적도 엿보인다. 저명한 중국전문가인 제프리 베이드를 정책조정의 핵심기구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에 앉힌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베이드는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던 캠벨 신임 국무차관보와 달리, 오바마 진영의 핵심참모로 일해 오바마 차기 대통령의 신뢰도 두텁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오바마 진영에 △지일파가 홀대받고 중국 전문가가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 △부시 1기 정권 때의 리처드 아미티지처럼 믿고 상의할 수 있는 인물의 필요성 등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선은 일본의 호소를 어느정도 반영한 것으로 보여, 미국의 기존 대일정책 기조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오바마 정권은 전통적인 미-일 관계의 틀을 넘어서서 환경문제와 다자간 외교틀 만들기 등에서 미국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구상과 역할을 일본에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 주일대사 내정자는 지난해 6월 <아사히신문> 기고에서 오바마의 미-일 안보에 관해 “단순한 2국 간의 안보협정을 넘어서야 한다. 오바마는 미-일 관계를 보다 심화해 넓히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며 구상의 일단을 밝혔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