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업황판단지수(DI) 역대 최저치와 현재 비교
일본은행 조사…70년대 석유파동 때보다 나빠
일본 경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대기업 제조업체의 재고 상황과 설비투자 계획은 전후 가장 나쁜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은행이 1일 발표한 지난 3월 전국기업 단기경제관측조사를 보면, 대기업 제조업체의 경기 체감은 1974년 조사 개시 이래 최저 수준이다. 특히 1990년대 버블경제 붕괴 이후보다 더 나쁘다. ‘잃어버린 10년’ 당시의 대기업 제조업의 업황판단지수(DI)를 보면, 금융시스템 불안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1998년 12월 당시 마이너스 51(마이너스가 클수록 경기가 나쁨)이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3개월 전보다 34포인트나 낮아진 마이너스 58을 기록했다.
기업 생산설비의 과잉 여부를 판단하는 생산 영업용 설비투자지수는 마이너스 39로, 이전 조사 때보다 28포인트나 높아져 버블 경기 붕괴 뒤 절정에 달했던 2002년 3월의 마이너스 33보다 낮았다. 대기업 재고 현황도 마이너스 39로 최악의 상황이다. 과거 불황의 경우 2~3개월 뒤면 재고 감소가 뚜렷했으나, 이번에는 지난해 10~12월 큰 폭의 감산이 시작됐음에도 좀처럼 재고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통상 일본 기업들은 ‘도요타 방식’에 따라 원자재의 재고를 최소한으로 억제하고 있으나, 지난해 초 원유와 철강재 등 원자재 값이 폭등하자 대량으로 원자재를 사들여 재고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이 안고 있는 부채는 아직 과잉 상태는 아니다. 1997년 말 일본 국내 기업의 금융부채 총액은 1023조엔이었으나 지난해 말 현재 877조엔으로 200조엔 가까이 줄었다. 또 전국 은행이 안고 있는 불량채권 총액도 10년 전의 약 33조엔에서 약 12조엔(지난해 9월 말 현재)으로 감소했다.
그럼에도 상황이 ‘잃어버린 10년’보다 나쁜 것은 대외 여건의 악화 때문이다.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세계적인 호황세였다. 그러나 이번 경기후퇴는 세계경제의 하락세가 계기였던 만큼 경기 회복의 발판은 좀처럼 마련하기 힘들다고 <아사히신문>이 2일 지적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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