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한탄하지 않겠는가.’
<아사히신문>은 18일 이런 제목의 사설을 싣고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관련 발언을 따끔하게 비판했다. 고이즈미 총리가 지난 16일 야스쿠니 참배 강행의 뜻을 내비치며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게 공자의 말”이라며 에이급 전범의 합사를 옹호한 발언은 너무 ‘생뚱맞다’는 것이다. 신문은 이런 말은 “피해를 받은 쪽이 가해자를 용서할 때나 하는 말”이라며 “너무나 사려 없는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신문은 이어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는 것이야말로 잘못’이라는 공자의 다른 말을 인용해 고이즈미의 야스쿠니 참배 강행을 비난했다.
이와 함께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는 17일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는 “일본의 점령을 경험한 나라들에게 나쁜 기억을 되살리는 일”이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오는 23일 일본을 방문할 예정인 그는 이날 일본 언론과 한 회견에서 “싱가포르인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야스쿠니 참배는 일본이 전쟁 중에 나쁜 짓을 한 데 대한 책임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의사) 표시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며 참배 중단을 촉구했다. 싱가포르의 최고 지도자가 야스쿠니 문제에 대해 이렇게 명확하게 비판한 것은 드문 일이다. <교도통신>은 한국과 중국뿐 아니라 일본의 침략을 받은 다른 아시아 나라들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고이즈미 정부에서 관방장관을 지낸 차기 총리 후보인 후쿠다 야스오 자민당 의원이 16일 역사인식을 둘러싼 주변국과의 마찰을 문제삼는 등 일본 정치권에서도 직·간접적인 ‘참배 비판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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