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일본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승리한 하토야마 유키오 간사장이 손을 들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도쿄/AP 연합
29표차로 당선…‘친 오자와 행보’ 총선서 걸림돌 될듯
일본 제1야당 민주당의 대표 경선이 16일 큰 이변없이 끝났다. 하토야마 유키오(62) 간사장이 당내 실력자인 오자와 이치로 전 대표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124표를 얻어 95표 득표에 그친 오카다 가쓰야(55) 전 대표를 29표 차로 물리쳤다. 하토야마 새 대표는 이번 경선 승리로 차기 총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룰 경우 차기 총리에 오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일각에선 여론 지지에서 앞섰던 오카다 전 대표가 패배함으로써 정권교체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차기 총선은 나란히 총리 출신 할아버지를 둔 여야 대표의 이색대결 양상도 띠게 됐다. ■ 오자와의 꼭두각시 체제? 하토야마 새 대표는 16일 대표 취임 회견 일성으로 “반드시 정권교체를 달성해 일본을 대청소하겠다”고 총선 승리 의지를 다졌다. 이를 위해서는 측근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금권정치 체질’이 다시 한번 부각된 오자와 이치로 전 대표와 얼마나 단절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오자와 전 대표의 대표직 고수에 대해 일본 국민의 70% 가량이 ‘이해할 수 없다’고 답하는 등 ‘반 오자와’ 정서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경선에서 하토야마 체제 탄생을 음양으로 돕고, 선거전략에도 능한 오자와 전 대표를 당 운영에서 배제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하토야마 민주당’의 탄생은 민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를 보면 오카다 전 대표 지지율이 하토야마 새 대표보다 두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정부 여당에서는 “원리주의자인 오카다보다는 싸우기가 좋다”고 반기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토야먀 새 대표는 내치와 달리 외치에서는 자신의 색깔을 내비치기도 했다. 후보토론 과정에서 유엔 결의만 있다면 자위대의 국외 무력사용도 불사하겠다는 ‘오자와 구상’에 대해 “유엔 지상주의다. 무력사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곳에는 (자위대를) 파견해서는 안 된다”고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 세습 제한 찬성한 세습 4세 하토야마 새 대표는 중의원 의원을 지낸 증조할아버지를 비롯해 할아버지 총리, 아버지 외상, 동생 총무상 등을 둔 4세 의원이다. 아소 다로 총리와 함께 일본의 대표적인 정치가문 출신이다. 아소 총리가 일본 정계의 현안 중 하나인 세습의원 제한 문제에 소극적인 데 비해 그는 적극적이다. 정권공약에도 3촌 이내의 친족이 동일 선거구에 입후보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그 자신 도쿄 출신이면서도 1986년 연고가 없는 홋카이도에서 출마한 이래 7번이나 당선됐다는 자부심이 있다. 도쿄대와 스탠퍼드대 공학박사를 마친 뒤 센슈대 교수를 하다 자민당 공천으로 당선됐다. 1993년 자민당 내분 때 정치개혁의 깃발을 내걸고 자민당을 탈당해 신당 ‘사키가케’ 결성을 주도한 ‘개혁적 면모’도 있다. 부드러운 지도력과 사람 좋은 성품으로도 유명하다. ‘타인의 인격을 존중하는 정치’를 주창한 할아버지 하토야마 이치로 전 총리에게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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