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직 외무차관들 증언
일본의 일부 총리와 외상들은 1960년 미국과 일본이 안보조약을 개정하면서 핵무기 운반 함정이나 항공기가 일본에 중간기착하는 것을 묵시적으로 승인하기로 한 비밀협약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전직 외무성 사무차관 4명의 증언으로 밝혀졌다.
이 비밀협약의 내용은 지난 1990년대 미국 국무부가 관련 문서들을 기밀해제하면서 공개된 바 있으나 일본 정부는 비밀협약의 존재를 계속 부인해 왔다.
비밀협약에 관여한 4명의 전직 외무성 차관들은 “핵무기의 일본 기착을 용인한 미-일 사이의 비밀협약을 사무차관 등 외무성 고위 관리들이 대대로 관리했고, 하시모토 류타로와 오부치 게이조 총리와 외상에게 이런 내용을 전달했다”고 증언했다고 <도쿄신문>이 1일 보도했다. 전직 외무차관들이 일부 일본 총리와 외상들이 비밀협약을 알고 있었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서를 확인했다는 한 전직 외무차관은 “차관직을 물려받은 자리에서 ‘핵에 관한 사항은 일-미간에 (비공개라는) 양해가 돼 있다’고 전임자에게 이야기를 들었으며, 다음 차관에게 이런 사항을 전달해주었다”고 말했다.
애초 미-일 안보조약은 미국이 핵무기를 일본 영토로 반입할 경우 사전협의를 하도록 규정했으나, 1960년 조약 개정 당시 핵무기의 육상 배치에만 이 조항을 적용하고 핵무기를 적재한 항공기나 함정이 일시 기착할 경우 적용을 받을 필요가 없도록 비밀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안보조약 개정 뒤 집권한 이케다 하야토 내각은 국회 답변에서 핵무기 탑재 함정의 기항도 반입에 해당해 ‘사전협의’이 대상이라고 답변했다. 1963년 비밀협약이 깨질 것을 우려한 미국 쪽은 서둘러 주일 미국대사관을 통해 일본 쪽에 비밀조약의 존재를 재확인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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