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식민통치 다큐로 정신적 고통” 손배 소송
일본 우익세력들이 공영방송인 <엔에이치케이>(NHK) 흔들기에 나섰다.
엔에이치케이가 지난 4월5일 방송한 다큐멘터리 시리즈 <재팬 데뷔-아시아의 일등국>에 대해, 우익인사들이 중심이 된 일본인 8400명은 25일 엔에이치케이가 방송법을 위반해 편향된 사실을 방송함으로써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8400만엔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다큐멘터리가 일본의 대만 식민통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는 게 이유다.
<엔에이치케이>는 “근대국가를 지향해 세계에 데뷔한 일본이 왜 국제사회에서 고립해 패전을 맞이했는지를 생각하고 미래에 대한 시사점을 모색한다”는 기획취지 아래, ‘아시아’ ‘천황과 헌법’ ‘무역’ ‘군사’ 등 4가지 테마의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지난 4월부터 네차례에 걸쳐 방송했다. 첫편인 <아시아의 일등국>은 “일본의 식민통치가 가혹하지 않았고 오히려 대만의 근대화를 앞당겼다”는 우익세력들의 식민통치 선정론에 대해 정면으로 검증을 시도했다. 당시 일제가 세운 명문고등학교를 졸업한 엘리트 대만인들조차 이 프로그램에 나와 “일본 식민통치는 대만인들을 차별했다”며 눈물을 흘리고 분노를 표시하기도 했다.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방송 직후부터 ‘대만통치 증언 왜곡’ ‘책무를 망각한 공공방송’ 등의 제목으로 기사를 실어 이 프로그램에 대한 비난을 주도했다. 소송을 낸 원고들은 소장에서 이 다큐멘터리가 “대만통치 당시 폭동을 ‘일대 전쟁’이라는 잘못된 표현으로 묘사하고, 1910년 박람회 때 일본 정부가 대만 원주민들의 생활을 소개한 기획을 ‘인간동물원’이라고 표현하는 등 방송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우익 세력들은 “일본 대만 통치의 나쁜 면만 강조하고 있다” “제작자 쪽의 명백한 악의가 느껴진다”며 조직적으로 반발 움직임을 보여왔다.
2001년에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문제제기되는 전시 성폭력>에 대해 당시 아베 신조 관방부장관 등 유력 우파 정치인들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일기도 했다. 한편 <엔에이치케이> 쪽은 소송제기에 대해 “프로그램 내용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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