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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특파원리포트] ‘장자연 노예계약’ 없는 일본 연예기획사

등록 2009-07-14 20:11

“갑은 을에 대해 사회통념에서 벗어나는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동반하는 노동력을 강제하지 않는다.”

여배우 3명이 소속된 일본의 작은 연예기획사 ㄹ사와 소속 연예인들이 맺은 계약 내용의 일부다. 지난 3월 자살로 삶을 마감한 고 장자연 사건에서 드러난 한국 일부 연예기획사의 성접대 강요 같은 사건이 일어날 소지를 계약서를 통해 원천봉쇄한 것이다.

이 기획사는 “소속 모델과 여배우의 특수 능력을 향상 발전시키기 위해 늘 정확한 판단에 근거해 출연을 결정하고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며 소속연예인을 애지중지하는 내용도 계약에 명문화했다.

이 회사의 사사키 마쓰미 사장은 최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18년간 연예기획사를 운영하면서 소속 연예인과 한번도 문제가 없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사람이 상품이므로 관리하기 매우 어려운 게 연예 비지니스”라며 “그렇지만 소속 배우를 단순히 연예인으로 관리하는 차원이 아니라, 예술인의 소양을 갖추게 하는 데 중점을 둔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연예기획사들이 소속 연예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세세하게 계약조건으로 명기하지만, 이 기획사처럼 소속 연예인의 성장과 후원을 명문화한 곳은 많지 않다.

가능한 소속 여배우들이 원하는 대로 하게 하는 업무 방식 때문에 “비지니스 차원에서는 수지가 맞지 않을 때도 있지만, 배우를 키우는 게 즐겁다”고 그는 말했다. 일본의 다른 연예기획사처럼 이 회사도 초창기에는 월급을 줘 생활안정을 도모하고 나중에 인기가 높아졌을 때 소득을 분배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소속 여배우의 인기가 떨어져 벌이가 시원찮게 됐을 때도 “봉급을 갑자기 줄이면 배우에게 심리적 타격을 주기 때문에 급료를 내리기가 힘들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또한 광고모델의 경우 목돈을 만질 수 있지만 반복 출연할 경우 배우의 이미지가 식상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무턱대고 출연시키지 않는 등 이미지 관리에도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소속 여배우의 남자친구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안된다고 하기보다는 상대방이 정신적 피해를 주지 않는지, 호적상 문제가 없는지만 체크하고 나머지는 개인의 자유에 맡긴다”고 말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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