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명에 굴복 안한 주인공 모습에 감동”
일본인 납치피해자 하스이케 가오루(47)가 임진왜란 당시의 이순신 장군 일대기를 다룬 김훈의 장편소설 <칼의 노래>를 일본어로 번역해 27일 출간한다.
북한에 납치됐다가 지난 2002년 귀국한 하스이케는 25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번역은 북한에 납치돼 빼앗겼던 지난 24년 동안의 자신의 인생을 조금이나마 되찾기 위한 귀중한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뒤 “새로운 인생에서 자신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지난해 8월 번역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에는 (임진왜란 때) 적장의 이야기를 일본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놓고 고심했으나 이제는 한국 문학계를 대표하는 한 소설을 처음 번역했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해볼 수 없는 딜레마 속에서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살길을 모색해나간 주인공의 모습에 감동해 끌렸다”며 이 책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한 줄을 번역하기 위해 많은 밤을 새우기도 했고 때로는 전자우편을 통해 저자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며 그동안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 책은 신초사에서 <고쇼(외로운 장군)>라는 제목으로 27일 출간된다. 하스이케는 1978년 7월 니가타시의 해변에서 지금의 아내와 함께 북한으로 납치됐다가 2002년 10월 귀국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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