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치 지각변동 오나
도쿄신문 등 일 언론들 잇따라 과반수획득 가능 예측
“바꿔보자 심리” 확산…자민당 전통 지지층마저 이탈
도쿄신문 등 일 언론들 잇따라 과반수획득 가능 예측
“바꿔보자 심리” 확산…자민당 전통 지지층마저 이탈
55년여만에 일본 정계의 대지각변동이 예상되는 오는 30일 일본 총선 공고(18일)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집권 자민당의 패배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본 언론들의 관심은 민주당의 집권 가능성에서 단독 과반수 획득(전체 480석중 241석) 여부 쪽으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최근 보도된 <지지통신>과 <산케이신문>의 전국여론 조사 결과 ‘비례대표 투표를 어디에 던질 것인가’라는 질문에 제1야당 민주당이 여전히 두배 가까이 앞서고 있다. <도쿄신문>이 지난 14일 정치평론가, 작가, 만화가 등 각계인사 14명을 대상으로 선거예측을 물은 결과 9명이 민주당이 259~300석의 예측치를 내놓았다. 나머지 5명에서도 자민당 의석이 앞설 것으로 전망한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주간 <주간현대> 최근호 조사 결과는 더 충격적이다. 7월24~30일 전국 3만명(소선구마다 100명씩)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300개 소선거구에서 자민당 우세는 단 3곳에 불과했다. 예상 의석수는 자민 44석(비례 41석), 민주 390(비례 122석)으로 나타났다. <주간현대>는 “인터넷 조사의 한계가 있어 믿을 수 없다는 독자도 있겠지만 이번 조사 결과 나온 정당 예상 득표율 ‘민주당 38.1%와 자민당 14.6%’는 다른 언론기관의 조사와 큰 괴리가 없다”며 조사의 타당성을 강조했다. <주간포스트> 최근호도 전문가 판세분석을 근거로 267석 대 153석으로 민주당의 과반수 획득 가능을 예측했다.
1955년 창당 이후 지속되는 자민당 장기집권체제(1993~1994년 10개월 제외)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염증’이 “일단 바꾸고 보자”는 심리를 확산시키고 있다. 최근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6연승은 이미 ‘탈자민당’ 바람을 예고했다.
실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신자유주의식 규제 완화을 중심으로 한 구조개혁 결과 비정규직 양산과 소득격차·빈곤확대, 사회보장 축소망 등으로 서민 삶이 크게 피폐해진 상황이다. 지난해 가을 이후 세계동시 불황 속에 일본 경제가 헤어나오지 못하고, 아소 다로 총리의 리더십 부족에다 ‘반아소 내분’ 등 자민당의 지리멸렬한 모습까지 겹치면서 전통적인 여당 지지층들의 이탈마저 가속화되고 있다. <주간현대> 설문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이유로 “자민당에 질렸다”(37살 회사원 남성), “고이즈미 개혁의 조잡함을 반대하기 때문”(46살 회사원 남성) 등 민주당에 대한 적극 지지보다 반자민 정서가 많았다.
자민당은 고작 비난전술을 반전 카드로 내세우고 있다. 아소 총리는 지난주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대표와의 당수토론에서 16조8천억엔에 달하는 민주당의 공약 재원 문제를 집중거론하며 ‘책임 없는 정당’이라고 공격했다. 그러나 자민당 역시 “10년간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100만엔 늘리겠다”는 식의 선심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후생노동성 통계를 근거로 “자민당 집권 최근 10년 동안 1가구당 평균소득이 655만엔에서 556만엔으로 오히려 감소시켜놓고, 어떻게 100만엔을 늘리수 있겠느냐”는 비아냥마저 나온다. 한 언론인은 “오히려 의심받는 것은 자민당의 집권능력”이라며 “정권교체 슬로건에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자민당의 거물급도 풍전등화 위기다. 자민당의 킹메이커로 널리 알려진 모리 요시로 전 총리를 비롯해 요사노 가오루 현 재무상, 규마 후미오 전 방위상 등 자민당 다선의원들 10여명 중 상당수가 당선을 장담하지 못한다. 최대 파벌인 마치무라파의 회장인 마치무라 노부타카 전 관방장관, 우익 중의 우익으로 꼽히는 나카가와 쇼이치 전 재무상, 고이즈미 전 총리의 ‘위대한 예스맨’을 자처했던 다케베 쓰토무 전 간사장 등 ‘거물급 3총사’가 출마하는 홋카이도 지역의 경우 12개 소선거구에서 자민당 전패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지 언론사의 한 간부는 최근 <한겨레>와 전화통화에서 “고이즈미 광풍이 분 4년 전 선거 때에도 민주당은 전체 12석중 8석을 획득할 정도로 홋카이도는 민주당 강세지역”이라며 “여론조사 결과 자민당은 궤멸상태에 가깝다”라고 말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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