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대표(맨 왼쪽)가 25일 도쿄 아키바네 역 앞에서 열린 아오키 아이 후보의 지원연설을 끝낸 뒤 청중에 답례하고 있다.
[일본 총선] D-3
“민주당 잘 모르나 자민당보단 나을 것” 기대
“민주당 잘 모르나 자민당보단 나을 것” 기대
“일단 바꿔보자.”
8·30 일본 총선을 앞두고 ‘무당파’ 유권자층에서도 정권교체의 바람이 확연하다.
25일 오후 5시께 일본 도쿄의 외곽도시 아키바네역 앞. 민주당이 연립여당 파트너인 공명당의 오타 아키히로 대표를 떨어뜨리기 위해 아오키 아이 후보를 ‘여성자객’으로 내려보냈다고 해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도쿄 12구 선거구다. 초반 열세를 뒤집은 것으로 보도된 아오키 후보의 지원유세를 위해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대표가 단상에 올랐다. 그는 “장기집권을 하면 부패한다는 말씀부터 드리겠다”고 말문을 연 뒤 “정치를 관료에게 완전히 맡기고 관료들은 (산하기관에) 낙하산 인사를 거듭해 3억엔의 퇴직금까지 받는 사람이 나오고 있다”고 관료정치 근절을 약속했다.
연설을 듣고 있는 40대 남자(자유업)는 자신을 전형적인 무당파라고 소개한 뒤 “(하토야마 대표의) 연설대로 실현됐으면 좋겠다.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민주당 투표의사를 밝혔다. 이곳 유세 현장에서 만난 66살의 퇴직 남성도 “자민당은 부자정당, 금권정치”라면서 “민주당 정권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최소한 자민당보다는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투표행위에 관심이 없다면서도 “이번에는 자민당에게는 투표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고정 정당지지율(20~30% 수준)이 높지 않은 일본 정치 지형의 특성상, 무당파의 흐름은 선거판세를 종종 좌지우지한다. 각 언론의 판세조사 결과, 이번 선거에서 무당파 유권자 중 민주당에 투표하겠다는 의견이 자민당보다 2배 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날 저녁 7시께 도쿄 3구의 오이마치역 앞에 정차한 이시하라 히로다카 자민당 후보의 선거차량에서는 “선거는 무드도, 퍼포먼스도 아니다. 실행할 수 있는 매니페스토(공약)가 중요하다”며 민주당 바람에 위기감을 드러내는 방송내용이 반복해서 흘러나왔다. 이곳에서 자민당 선거공약집을 나눠주고 있던 22살의 자원봉사자는 “자민당은 일본을 줄곧 지탱해온 브랜드 정당이다. 민주당은 (공약을 실천할) 재원을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자민당 지지이유를 밝혔다.
26일 낮 12시께 격전지 중 하나인 도쿄 15구의 나카노하시 상점가 앞. 선거 초반 앞서다가 최근 민주당 바람에 전세가 역전된 것으로 보도된 자민당 기무라 벤 후보의 목소리에는 비장감이 흘렀다. “언론의 예측보도를 보면 놀랍다. 그러나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를 생각해보라. 1년 전 민주당의 오자와 이치로 대표는 민주당은 집권능력이 없다고 스스로 이야기하지 않았는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유세를 지켜보던 50대 후반 그릇가게 여주인의 말은 ‘반자민당 민심’을 대변하는 듯했다. “나는 그동안 특정정당에 투표하지 않고 선거 때마다 달랐다. 버블 붕괴 이후 경기가 좋아졌다고 하지만 서민경기는 더 나빠지고 있다. 이곳 상점가도 장사가 안된다. 이번에는 정치가 바뀌어져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
도쿄/글·사진 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도쿄/글·사진 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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