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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동북아 ‘보수동맹’ 균열 예고

등록 2009-08-31 07:00수정 2009-08-31 10:00

민주, 미국과 대등한 외교 강조
아시아 화합 ‘우애정치’ 표방
대북강경노선도 바뀔지 주목
변화 선택한 일본

① 동북아 질서 격변 오나

전후 일본 정치·사회 체제의 동의어이던 자민당 체제가 30일 총선을 기점으로 사실상 무너졌다. 그동안 자민당 체제가 함축하던 미-일 동맹, 고도성장, 관료정치 등 동아시아 전체에 작용했던 질서의 버팀목들 역시 도전을 받으며 공식적인 종료에 직면하게 됐다.

1955년 11월 자유당과 민주당 등의 합당으로 출범한 자민당 체제는 당시 사회당 등 일본 혁신세력의 성장과 소련·중국의 위협 등 일본 안팎의 사회주의 세력의 도전에 대한 미·일 보수세력의 대응이었다. 대외적으로는 미-일 동맹, 국내적으로 국가 주도 고도성장으로 상징되는 자민당 체제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후 동아시아 안보·경제 질서에 영향을 줬다. 한국은 미-일 동맹의 하위 체제인 한-미-일 동맹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안보체제를 확립했다. 경제적으로도 일본의 국가 주도 고도성장 전략을 충실히 복제하며 경제성장을 일구어냈다.

자민당 체제, 즉 ‘55년 체제’는 80년대 말 이후 사회주의권 붕괴와 신자유주의의 발호로 그 존립 근거가 허물어져, 이미 93년 비자민 연립정권의 성립으로 그 한계를 드러냈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자민당 체제는 “냉전, 이익 유도 정치(고도성장에 입각한 분배정책), 수권 야당의 부재에 기반했다”며 “이 세 가지가 무너지며 자연스럽게 그 수명이 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먼저, 동아시아의 안보 질서가 시험대에 올랐다. 민주당은 대외적으로는 ‘대등한 일-미 동맹 관계’ ‘아시아 중시 외교’를 내걸었다. 하토야마 유키오 대표는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 기고 등을 통해 미국의 세계화 경제전략을 비판하면서, 동아시아의 화합을 내건 ‘우애정치’를 표방했다. 실력자 오자와 이치로 대표대행은 유엔 중시 등 다자주의를 표명하고 있다. 민주당의 승리는 아시아에서 북한의 핵 야망 및 점증하는 중국의 군사력과 함께 미국에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어,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동아시아 안보환경 변화를 가장 주시하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국은 초유의 외교안보 환경에 직면하게 됐다. 미국의 어느 역대 정권보다도 리버럴한 오바마 정부가 들어선 상황에서, 한-미-일 동맹에서 자민당 체제라는 상수가 사라졌다. 북-미 협상을 가로막는 가장 큰 상수이던 자민당 정권이 사라진 상황은 북핵을 둘러싼 미-중-일의 거래를 더욱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둘째, 사형선고를 받은 일본의 신자유주의 개혁 노선의 대안도 주목된다. 자민당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시절 정부 예산을 전국 곳곳에 나눠주며 농민과 서민층의 지원을 확보했던 ‘이익 유도 정치’를 폐지했다. 고도성장이 종료되면서 재원이 고갈되자, 신자유주의 구조개혁 노선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빈부 양극화 현상인 이른바 ‘격차사회’를 심화시키며, 이번 총선 패배의 결정타가 됐다. 동아시아 성장 노선의 원조인 일본이 어떤 활로를 찾을지는 한국에도 주목 대상이다.

하지만 이번 총선의 의미는 무엇보다 민주당의 승리가 아니라 자민당 체제의 붕괴이다. 구체제가 종료되기만 했지, 신체제가 아직 성립하지 않았다. 민주당 대표가 자민당 초대 총재인 하토야마 이치로의 손자이고, 실력자인 오자와가 자민당 최대 파벌인 다나카파의 적자 출신이라는 점이 이를 잘 드러낸다. 자민당 이후의 체제는 일본과 동아시아를 새로운 안보·경제 질서로 밀어넣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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