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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미국과 대등외교’ 포부 크지만 좁은 앞길

등록 2009-08-31 19:37수정 2009-08-31 23:25

[일본 54년만에 정권교체] 변화 선택한 일본 ② 민주당의 대미·안보정책
일-미지위협정 개정제기 ‘금기’깼지만
주일미군 재편 등 실현 걸림돌 산적
자위권 해금도 오락가락 전망 불투명
“주체적인 외교전략을 구축해 긴밀하고 대등한 일-미 동맹 관계를 만들겠습니다.”

30일 일본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민주당은 매니페스토(집권공약)를 통해 대등한 대미 관계를 강조했다. 이번 선거에서 ‘일-미 동맹의 강화’를 내건 자민당과 분명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오카다 가쓰야 민주당 간사장은 31일 공영 <엔에이치케이>(NHK)가 주최한 정당 간 토론회에 참석해 “미국은 미국의 국익이 있고, 일본은 일본의 국익이 있다”며 미국에 할 말은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호소다 히로유키 자민당 간사장이 미국식 신자유주의 정책 등 문제점을 거론한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대표의 미국 언론 기고문에 대해 위험하다는 식으로 힐난하자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는 미국에서도 이라크전쟁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등 조지 부시 정권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반박했다.

민주당은 매니페스토에서 대등한 미-일 동맹의 실현 방안으로 “미국과 역할을 분담하면서 일본의 책임을 적극적으로 이뤄 나가겠다”며 “일-미 지위협정 개정을 제기해 미군 재구축이나 주일미군 기지의 존재 방식에 대해서도 수정하는 방향으로 임한다”고 밝혔다. 자민당 정권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금기사항인 주일미군 문제까지 건드린 것이다.

주일미군은 일본뿐 아니라 미국의 세계전략에 근거해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까지 겨냥한 존재여서, 그 재편을 요구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미 미-일 정부의 합의 사항이어서, 재검토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내년 봄 오키나와 후텐마 비행장의 대체시설 건설을 시작해야 한다. 미국 쪽은 합의 이행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어 민주당이 내건 ‘오키나와현 이외로의 이전’ 전망은 현재로선 크지 않다.

민주당의 주요 대미·안보정책
민주당의 주요 대미·안보정책

하토야마 민주당 대표는 요지부동의 미-일 관계에 대해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지난 23일 텔레비전에 출연해 “지금까지 외교는 미국 형편에 일본이 맞췄다. 이쪽(일본)의 의사를 강하게 주장할 수 있는 대등한 관계가 아니면 안 된다”고 못박았다.

민주당의 새로운 일-미 관계 구상에는 민주당의 최대 주주인 오자와 이치로 대표대행의 영향력이 개입돼 있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정권이 발족한 올해 2월 “(일본 요코스카 기지에 주둔하는) 미해군 제7함대만으로 미국의 극동 프레즌스(주둔)는 충분하다”고 언급해 보수파들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그의 구상은 미군의 역할보다는 유엔의 권위를 중시하는 것이다. 유엔의 평화협력 활동을 위해 자위대와는 별도 조직인 ‘유엔대기부대’를 창설한다는 구상은 오자와의 오랜 지론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새로운 미-일 관계 구상이 밑그림을 제시하지 못하고, 구두선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많다. 이미 민주당은 선거운동 기간에 미-일 관계의 당면 현안인 해상자위대의 인도양 급유활동에 대해 반대 입장에서 내년 1월까지 계속 유지한다는 현실 노선으로 변화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제조직인 ‘국제긴급부대’(가칭)의 창설을 촉구하고 무기 사용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안보정책의 최대 논란인 집단적 자위권 행사(동맹국에 대한 공격을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반격하는 권리)의 해금 문제를 두고서도 사실상 해금을 내세운 자민당과 달리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민주당은 매니페스토에서는 집단적 자위권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채, 정책집에서 “기술적 가능성, 비용 대비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고 밝혔다.

또한 민주당은 총선 과정에서 사민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비핵 3원칙(비반입, 비소유, 비보유) 법제화를 내세웠다. 당내 보수파들이 주장하던 자위대의 해외 파병과 군사적 조처 참여 방안도 하토야마 대표 등의 반발에 부닥쳐 집권공약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적어도 자민당보다 덜 네오콘적인 민주당 정권의 대미·안보 정책은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의 안전보장 면에서는 덜 위협적이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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