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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개혁기치’ 일 민주당, 재계 어찌 다룰까

등록 2009-09-04 19:54

총선 이긴 뒤 사용자 대신 노조부터 방문
노동자파견법 처리가 정책변화 잣대 될듯
재계 “국민중심 논의 노력” 뒤늦게 반성
8·30 일본 총선에서 민주당 승리의 일등공신인 오자와 이치로 대표대행이 총선 다음날인 31일 맨처음 찾아간 곳은 일본 최대의 노조단체인 렌고(연합·일본노동총연합회)였다. 렌고가 675만명의 조합원(2008년 6월말 현재)을 조직적으로 동원해 민주당 집권을 적극 도와준 데 대한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해서였다. 자민당 간사장 시절인 1990년 총선을 앞두고 대기업들로부터 300억엔의 선거자금을 갹출한 것으로 알려진 오자와의 친노동 행보 변신은 정권교체의 또다른 상징이기도 하다.

최대 사용자 단체인 게이단렌(경단련·경제단체연합회)은 ‘생활안정 제일’ 정당을 표방하는 거대 여당 민주당의 출현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게이단렌은 총선 직후인 지난 2일 부회장 주재로 임시회의를 열어 부랴부랴 정권을 잡은 민주당과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게이단렌은 지난 54년간 자민당과 정경유착을 지속한 탓에 새 정권과의 대화채널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미타라이 후지오 게이단렌 회장은 자신이 사장으로 있는 캐논에서 비정규직 불법 고용을 일삼다 야당에 의해 국회에서 소환 대상자로 지명되는 등 민주당과의 관계가 좋지 않아 내년 6월까지 임기를 채울지 못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본 재계는 2007년 자민당 정권에게 한해 동안 59억엔(한화 약 767억원)의 막대한 후원금을 제공한 반면, 민주당에는 10분의 1 수준밖에 주지 않았다. 게이단렌이 매년 발표하는 각 정당의 경제정책 ‘성적표’도 자민당은 늘 A학점이었다. 특히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시절 이후 자민당과 게이단렌의 밀월관계는 더욱 깊어졌다. 고이즈미 정권은 2004년 규제완화라는 이름으로 노동자 파견법을 개정해 파견사원의 제조업 취업을 완전자유화해서 비정규직을 양산했다. 국제경쟁력 확보라는 대기업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전후 최대 경기확대 국면에서 엄청난 흑자를 낸 대기업들은 지난해 가을 이후 파견직 노동자들을 40만명 이상 마구 해고해 국민적인 원성을 샀다. 비정규직 문제뿐 아니라 정규직의 봉급도 10년째 내리막길을 걸었다. 종신고용을 보장했던 일본 대기업들은 미국식 경영방식을 도입해 주주배당을 우선해 노동분배율(기업의 전체 수익중 종업원 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년 하락했다. 미타라이 회장이 2일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국민을 중심으로 논의하기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겠다”고 뒤늦게 반성의 목소리를 낸 것도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민주당 정권이 게이단렌 등 대기업과 어떻게 적절히 관계를 맺을 것인가이다. 민주당은 중소기업의 법인세를 현행 18%에서 11%로 인하했으나 게이단렌의 대기업 법인세 인하 주장에 대해서는 뚜렷한 방침을 내놓지 않고 있다. 노동자파견법 개정안 문제도 새 정부의 노동정책을 가늠하는 또 하나의 잣대이다. 민주당은 지난 6월 제조업 파견직 금지를 뼈대로 하는 법안을 제출했으나 지난 7월21일 국회해산으로 자동폐기됐다.

우쓰노미야 겐지 반빈곤네트워크 대표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정규직 이익을 중시하는 렌고를 의식해 비정규직 문제를 정치적 의제로 삼는데 주저해왔다”며 신자유주의식 구조개혁의 부정적 측면을 개선하는 데 민주당만으론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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