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 ‘위안부 인정’ 무라야마 ‘침략 사죄’
고이즈미·아베 ‘야스쿠니 참배’로 찬물
고이즈미·아베 ‘야스쿠니 참배’로 찬물
역대 일본 정권의 과거사 반성의 시작은 1965년 6월 한일 국교정상화 직전에 있었다. 65년 2월 한국을 방문한 시나 에쓰사브로 외상은 “양국간의 오랜 역사 속에 ‘불행한 기간’이 있었던 것은 정말 ‘유감’이며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53년 한일회담 재산청구권위원회에서 구보타 간이치로 일본 수석대표가 “일본의 한반도 점령은 한국민에게 유익하였다”는 발언을 해 10여년 이상 한일관계가 얼어붙었던 데에서는 진일보했다. 그러나 시나 외상은 침략이라는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다. 84년 히로히토 일왕이 전두환 대통령을 환영하는 만찬에서 “한일 양국간에 불행한 과거가 존재했던 것은 유감”이라는 발언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른바 전후파들이 정권을 잡으면서 일본 정권 과거사 인식은 전향적으로 바뀌었다. 93년 고노 담화와 95년 무라야마 담화는 이 시기에 나왔고, 현재까지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이 발표한 고노담화는 “이른바 위안소 설치와 관련하여 구 일본군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여했다”며 종군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했다. 55년 자민당 탄생 이후 사회당 출신의 첫 총리였던 무라야마 도미이치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인해 여러 아시아국가 사람들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고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의 기분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이즈미 준이치로, 아베 신조 등 자민당 우파 세력이 정권을 잡으면서 과거사 인식은 크게 뒷걸음질했다. 겉으로는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한다고 했지만, 실제 행동은 과거사 반성과 크게 어긋났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2001년 총리 취임 첫해 8월13일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시작했으며, 이후에는 아예 종전(패전)기념일인 8월15일에 참배를 강행했다. 아베 전 총리도 2007년 “위안부 강제 동원에 대한 증거가 없다”면서도, 한편으로는 “고노 담화를 계승한다”고 말하는 등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상훈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학부 교수는 “일본의 과거사 반성은 기본적으로 아시아에 어필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며 “전쟁 책임을 명확히 하다보면 천황의 책임까지 물어야 하는데 이는 일본이 넘기 힘든 벽”이라고 말했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하토야마 정권에서 무라야마 담화를 넘어서는 입장을 표명한다면, 내년 한일병합 100주년에 소위 ‘한일합방’이 불법이었음을 표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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