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한-일병합 100년
강제조약 무효화 수용
‘하토야마 담화’ 기대감
강제조약 무효화 수용
‘하토야마 담화’ 기대감
“역사를 바꾼다는 기쁨과 무거운 책임이 교차합니다.”
16일 취임한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의 일성이다. 54년간의 자민당 장기집권 체제를 무너뜨리고 새로 출범한 하토야마의 민주당 정권은 안으로는 탈관료·생활정치를 내세우고, 밖으로는 대미 대등외교, 동아시아 중시 외교노선을 천명했다.
하토야마 정권의 출범으로 과연 ‘한-일 신시대’가 열릴 수 있을까? 2010년은 일제의 한국 강제합병 100돌을 맞는 해이다. 일본과 한국의 지식인 사회에서는 내년을 계기로 1995년 일제의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를 인정하고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무라야마 도미이치 사회당 총리의 담화)의 한계를 뛰어넘는 이른바 ‘하토야마 담화’가 나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무라야마 담화는 발표 이후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굳어졌으나 일왕의 전쟁 책임을 묻지 않고, 전쟁 지도부의 책임 문제와 한-일 강제합병 조약의 무효화에 대해서도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는 16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100주년은 새로운 일-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하늘이 준 기회”라며 “무라야마 담화는 여러가지 한계가 있으므로 애초부터 ‘한-일 강제합병 조약’은 무효라는 한국 쪽 주장을 받아들여 대담한 담화를 발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토야마 담화’ 발표를 촉구하기 위한 두 나라 지식인들의 연대를 촉구했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도 “2010년은 한-일(강제합병) 100주년 문제로 두 나라 관계가 긴장될 수밖에 없다”며 “그런 측면에서 민주당은 ‘하토야마 담화’와 같은 계기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하토야마 총리는 지난 4일 권철현 주일 한국대사의 예방을 받고 “우리는 과거를 직시할 수 있는 정권이 될 수 있다”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한국 쪽에서도 하토야마 정권이 양국 관계의 실질적 개선을 가져올 가능성에 주목하면서도 신중하고 현실적인 접근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상훈 한국외대 교수는 “한-일 관계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역사인식과 전쟁 책임 문제”라며 “‘하토야마 담화’를 통해 이런 문제가 언급된다면 대단히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센터 소장은 “우리로선 합병조약 무효화와 배상 문제가 중요하지만, 이는 현재 일본 사회를 감안할 때 다소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야스쿠니신사 대체 추도시설 건립, 재일 한국인 참정권 보장, 정신대 관련 국회내 조사실 설치 및 배상 등이 우선적으로 실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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