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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미스터 연금’ 후생상, ‘미스터 탈관료’ 될까

등록 2009-09-18 21:18

나가쓰마 아키라
나가쓰마 아키라
“고름 짜낸다” 훈시에 박수 없는 관료들
각료중 가장 기대 커…민주당·관료 기싸움 상징 떠올라
17일 오후 일본 도쿄 가스미카세키(일본 관가)의 후생노동성 강당.

전날 출범한 민주당 정권의 초대 후생노동상으로 임명된 나가쓰마 아키라(사진)는 직원들을 모아놓고 “올해안에 지금까지 쌓인 (조직의) 고름을 짜내길 바란다”고 일성을 터뜨렸다. 5000만건에 이르는 연금기록 누락문제를 파헤쳐 ‘미스터 연금’으로 불리며 국민적 인기가 높은 나가쓰마 후생노동상의 훈시 내용에 강당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께 차관 등 약 50명은 관료들의 ‘천적’으로 불리는 나가쓰마 후생상이 첫 등청하는 모습을 긴장된 표정으로 맞이했으나 어느 누구도 박수치는 사람은 없었다. 이날 후생노동성에서 벌어진 풍경은 관료 의존정치 타파를 최대 집권공약으로 내세운 민주당 정권과 관료들의 기싸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나가쓰마 후생상은 2006~2007년 이미 지불한 연금이 미납된 사실을 국회 질의 등을 통해 집요하게 물고늘어진 끝에 아베 신조 정권으로부터 5000만건의 연금기록이 누락됐다는 고백을 받아내는 개가를 올렸다. 그는 2006년 자신의 연금기록이 없다는 사무실 배달 엽서 한통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다. 1990년 정계입문 전 경제잡지 기자생활을 하면서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던 연금문제 관련 조사보도 능력을 발휘해 관료들의 거짓말 행진을 줄줄이 끄집어냈다.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가 나가쓰마의 주특기를 살려 관료의 적폐를 잡아내도록 호랑이굴에 들여보낸 데 대해 일본 국민들의 기대감은 높다. <도쿄신문>이 18일 각 분야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하토야마 총리 이외 17명의 신임각료들에 대한 기대치 순위를 매긴 결과 나가쓰마 후생상은 1위에 올랐다.

그러나 복지·노동·보건 등 서민과 노동자들의 삶과 직결된 수많은 과제를 안고 있는 후생노동성의 관리들에게 스스로 고름을 짜내도록 하는 일은 쉽지 않다. 우선 당장 5000만건에 이르는 연금이 누락된 원장 기록과 컴퓨터 기록을 대조해 바로잡는 일은 후생노동성 7000명을 다 동원해도 수십년이 걸린다는 주장도 나온다. 관료와의 핵심 전쟁터인 후생노동성에서 전과를 올리지 못하면 민주당의 탈관료 정치 전체가 비틀거릴 수도 있다. 또한 예산편성·통제의 막강한 권한을 쥔 국가전략국과 행정쇄신회의로부터 공약 실천에 필요한 복지·고용 예산을 짜내는 일도 만만찮다.

그러나 나가쓰마 후생상은 17일 언론 인터뷰에서 연금기록 문제를 국가프로젝트로 내걸고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또한 △아동 수당 지급(중학교 졸업 때까지 매달 2만6000엔) △ 제조업체에 대한 파견노동을 금지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노동자파견법 개정 △75살 이상 노인들의 의료보험료를 인상한 후기고령자의료제도 폐지 등 민주당의 매니페스토(집권공약)를 곧바로 실행하겠다고 의지를 나타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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